항일 투쟁, 여성 참정권 운동, 아일랜드 독립투쟁
테러리스트로만 알려진 세 사람이 꿈꾼 사회변혁
테러리스트로만 알려진 세 사람이 꿈꾼 사회변혁

브래디 미카코 지음, 노수경 옮김/사계절·1만6000원 브래디 미카코는 영국에서 활동하는 일본 출신 프리랜서 저술가다. 런던의 일본계 기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프리랜서로 일하면서는 번역과 저술 활동을 했고, 보육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탁아소와 어린이집에서 일했다. 아이들을 돌본 경험을 살려 쓴 책이 <아이들의 계급투쟁>이다. 부모의 빈곤과 정서적 불안, 폭력과 무기력이 어린이집의 유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룬 책으로, 영국의 집권 정당이 노동당에서 보수당으로 바뀌면서 사회 전반의 복지제도가 축소된 이후 영국의 변화를 담았다. 그 연장선에서, 중학교에 갓 입학한 아들을 통해 경험한 다양성과 차별 이슈를 담아낸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역시 한국에 소개되어 있고, 이번에 출간된 <여자들의 테러>는 보육사로서의 브래디 미카코가 아니라 페미니스트 저술가 브래디 미카코의 관심사를 볼 수 있는 책이다. 가네코 후미코, 에밀리 데이비슨, 마거릿 스키니더 세 사람의 삶을 교차해 보여주는 <여자들의 테러>는 당대에 테러리스트로만 알려졌던 세 사람이 어떻게 성장하고 사회변혁을 꿈꾸었는지를 다룬다. 아나키스트였던 가네코 후미코를 키운 것은 일본 제국주의 하에서의 빈곤한 삶과 식민지 조선의 삶을 지켜본 결과였다. 혼외자로 태어나 호적에 등록되지 않은 채 성장해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가네코 후미코를 조선으로 데려온 사람은 할머니였다. 가네코 후미코를 양녀로 입적해 좋은 사위를 얻는 도구로 쓰려던 할머니 역시 그를 굶기고 학대했다. 13살에 자살을 생각했던 가네코 후미코는 살아서 복수하기로 생각을 바꿨다. 복수는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포함한 무자격자, 이등시민, ‘입이 없는 사람’을 대표해야 했다. 에밀리 와인딩 데이비슨은 여성참정권 운동가(서프러제트)였다. 그의 존재가 기록된 가장 큰 사건은 영국의 유서깊고 권위있는 경마 대회인 엡섬 더비에서 1913년 국왕의 말 앞으로 뛰어들어 목숨을 잃은 일. “전투적인 여성 참정권 운동가 서프러제트 가운데서도 특별히 더 과격한 밀리턴트(무력 투쟁파)”였던 에밀리 데이비슨은 투석, 방화, 폭행 등 다양한 죄목으로 체포되었고, 세상을 뜰 때까지 아홉 번이나 교도소에 갔다. 마거릿 스키니더는 아일랜드 독립을 위한 부활절 봉기에서 저격수로 활약했다. 아일랜드인 부모의 딸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성장한 마거릿 스키니더는 아일랜드에 방문할 때 보았던 대농장 지주 영국인들의 아름다운 저택과 아일랜드인이 사는 작고 더러운 집이 보여주는 극명한 빈부 격차에 놀랐다. 학교에서는 ‘영국화된 역사’를 배웠지만, ‘아일랜드 사람이 쓴 아일랜드 역사’는 아일랜드에 대한 판이한 진실을 들려주었다. 마거릿 스키니더가 저격수가 된 배경에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여성을 저격수로 훈련시킨 영국군 소총 클럽이 있었다. 또한 수학 교사였기 때문에 거리를 측정해 폭탄 공격을 위한 상세 도면을 그릴 수 있었다.

에밀리 데이비슨의 장례식. 여성참정권 운동가(서프러제트)였던 에밀리 데이비슨은 1913년 영국의 유서깊은 경마대회인 엡섬 더비에서 국왕의 말 앞으로 뛰어들어 목숨을 잃었다.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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