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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시인의 마을] 베네치아처럼

등록 2021-05-28 04:59수정 2021-06-09 10:14

베네치아처럼

                                                  김 승 희

메멘토 모리를 머리에 두르고
카르페 디엠을 전신에 펼치고
풍성한 누드로 누워 있는 여인 같은 베네치아

불멸의 햇빛은 오늘도 찬란하건만
내일의 햇빛은 나를 모르리라
내일의 물결도 나를 모르리라

오늘의 사람들은 오늘의 물결에 씻기며
목욕하는 누드로 지상의 광채를 걸치고
일시에 물방울을 철철 흘리며 함께 일어선다

우리는 반짝이며 시계 안에서 살았다
온몸이 젖어서 시계 안에서 죽었다

-시집 <단무지와 베이컨의 진실한 사람>(창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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