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섬> 전13권의 개정판을 출간한 이재언 선임연구원. 사진 목포과학대 제공
“탐사선 2척, 드론 6대와 바꾼 기록이지요.” 섬 연구가 이재언(69·목포과학대 해양사업단 선임연구원)씨는 지난 23일 한국의 유인도 447곳을 세 차례 탐사한 뒤 펴낸 <한국의 섬> 전집 13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전남·북, 경남·북, 충남과 인천 등 전국 섬들의 개요와 특성을 정리해 2017년 펴낸 전집은 최근 완판해 2판 1만3천부를 더 찍었다. 그는 이번에 각 권마다 사진 20~60장을 바꾸고, 탐사항해일지를 보태는 등 내용을 보완해 개정판으로 냈다.
전남 완도군 노화도 출신인 그는 15살 때 무작정 상경해 신문배달·구두닦이·주방보조 등으로 생계를 꾸리며 목회자가 되려고 애썼다. 37살 때인 1989년부터 귀향해 교회가 없는 섬들을 돌며 선교를 하던 그는 섬 자체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이후 1991~2015년 25년 동안 1.7t급 등대1호와 4.5t급 등대2호를 타고 전국의 유인도를 돌며 기행문 형식으로 섬문화 보고서를 써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수십 차례 기관 고장과 기상 악화 등으로 조난과 사고를 겪었지만 그때마다 운좋게 살아남았다. 해무가 자욱했던 2011년 5월7일에는 하루 동안 해경 경비정에 세 차례 예인되기도 했지만 그는 결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25년 동안 탐사선 2척이 3차례 부서졌고, 촬영용 드론 6대가 물 속에 떨어졌다. 표류하는 바람에 경비정이 9차례 출동하기도 했다. 심지어 2013년 선박매몰죄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고 순천교도소에서 노역을 하기도 했다.
“600년 전 콜럼버스와 마젤란은 범선을 타고 신대륙 발견과 세계일주라는 위업을 이뤘다. 지금은 일기예보, 위치추적장치(GPS), 동력 엔진까지 있는 시대인데 못할 게 뭐 있겠는가.”
이재언 선임연구원이 드론을 이용해 섬 풍광을 탐사하고 있다. 사진 목포과학대 제공
그는 고비마다 자신을 채찍질했고 한반도 남쪽의 유인도를 빠짐없이 탐사했다. 그는 항해 기술을 배우고 드론 촬영을 익히는 등 철저히 준비해 여객선이 닿지 않는 작은 섬들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이런 분투가 알려지면서 2008년 5개월 동안 <문화방송> ‘바다를 건너다’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했고, 2011년에는 그의 기록이 ‘네이버 지식백과’에 등재됐다. 2010년부터 10년 동안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에서 일한 그는 지난해부터 목포과학대 해양사업단에서 연구 중이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그는 “국민 모금 방식으로 ‘등대3호’를 마련해 전국의 섬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싶다. 이어 중국의 장보고 항로와 일본의 신사유람단 행로를 탐사한 뒤 섬 복지선으로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조선 1위·해운 5위·수산 10위의 해양국가지만 아직도 우리는 섬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앱을 만들어 젊은이들이 22세기 섬의 시대를 열도록 돕고 싶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