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너 감독이 2017년 6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베벌리 힐스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에서 열린 ‘리처드 도너에게 바치는 아카데미 헌서’에 참석해 웃음 짓고 있다. 로스엔젤레스/AFP 연합뉴스
슈퍼히어로 영화의 원조인 <슈퍼맨>(1978)을 연출하고 <리썰 웨폰> 시리즈 등 여러 흥행작을 만들어 낸 할리우드 감독 겸 제작자 리처드 도너가 별세했다. 향년 91.
5일(현지시각), 도너가 설립한 영화 제작사가 그의 사망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고 미국 연예 전문매체 <버라이어티> 등이 보도했다.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도너는 1970~90년대 숱한 히트작을 연출한 ‘최초의 블록버스터 감독’이었다. 1976년 개봉한 그레고리 펙 주연의 오컬트영화 <오멘>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1978년 슈퍼히어로 영화의 효시인 <슈퍼맨>의 연출을 맡아 전세계적으로 3억달러(약 3400억원) 이상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올렸다. <슈퍼맨>은 제5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편집·음악·음향 부문 후보에 올랐고, 시각효과 특별상을 받았다.
<슈퍼맨>의 대성공 이후 도너 감독은 블록버스터 히트작을 잇달아 연출하며 할리우드 흥행 제조기의 반열에 올랐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모험 영화 <구니스>(1985)와 중세 시대 배경의 판타지 영화 <레이디 호크>(1985)의 메가폰을 잡았고, 멜 깁슨 주연의 액션영화 <리썰 웨폰> 시리즈로 10억달러(1조1000억원) 티켓 판매고를 올리는 신기원을 열었다. 이 영화를 통해 멜 깁슨은 실버스터 스탤론,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함께 80년대 최고의 남자배우로 인기를 누렸다.
제작자로서도 능력을 발휘한 그는 영화 <엑스맨> 시리즈를 제작해 큰 성공을 거뒀다. 영화 <체이싱 아미>를 연출한 케빈 스미스 감독은 “도너 감독은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고 추모했고, 영화 <앤트맨> 각본을 쓴 작가 겸 감독 에드거 라이트는 “도너 감독은 스크린에서 마법을 포착해내는 방법을 알았다”며 그의 명복을 빌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