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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겨우 기지개 켜려는데…4단계 벽 앞에 생존 막막한 문화계

등록 2021-07-13 04:59수정 2021-07-13 13:26

공연장·영화관 밤 10시 종료
시작 시간 앞당기거나 취소
콘서트는 기지개 켜다 말고 빗장
정규 공연시설 아니면 일체 금지
좌석 띄어 앉기를 하도록 한 영화관 모습. 씨지브이 제공
좌석 띄어 앉기를 하도록 한 영화관 모습. 씨지브이 제공

코로나19 재확산으로 12일부터 수도권 거리두기 단계가 최고 수준인 4단계로 상향되면서 공연계, 영화계, 방송계 등 문화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공연장, 영화관 등의 운영시간이 밤 10시까지로 제한되면서 공연 시작 시간을 조정하거나, 경우에 따라 연기·취소하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뮤지컬, 연극 등의 평일 공연은 보통 저녁 7시30분이나 8시에 시작한다. 하지만 새로운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밤 10시 이전에 공연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공연 시작 시간을 앞당기거나 인터미션(중간휴식) 시간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뮤지컬 <드라큘라> <비틀쥬스>, 연극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 <코리올라누스> 등은 공연 시간을 30분에서 1시간 정도 앞으로 당겼다. 뮤지컬 <시카고>와 <드라큘라>는 인터미션 시간을 20분에서 15분으로 줄였다. 13일 개막하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인터미션과 커튼콜 시간을 각각 5분씩 줄였다.

지난해 공연장에서 좌석 간 거리두기를 한 모습. 예술의전당 제공
지난해 공연장에서 좌석 간 거리두기를 한 모습. 예술의전당 제공

공연장 좌석 간 거리두기 지침은 현행 ‘동반자 외 한칸 띄어 앉기’가 유지된다. 다만 동반자 기준이 최대 4명에서 2명으로 바뀐다. 이에 따라 동반자 3~4명이 연속으로 앉도록 티켓을 판매한 공연들은 좌석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 이 경우 관객들이 수수료 없이 예매를 취소한 뒤 다시 예매하도록 하고 있다.

거리두기 4단계 지침을 보면, 정규 공연시설에서 열리는 공연은 방역수칙을 지키는 조건으로 허용되지만,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처럼 정규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 열리는 대형 공연은 장르를 불문하고 금지된다. 이에 따라 대중음악 공연이 잇따라 연기·취소되거나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16~18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스터트롯’ 서울 공연은 무기한 연기됐다. 23~25일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스터트롯’ 수원 공연은 취소됐다. 24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개최 준비 중이던 ‘싱어게인’ 고양 공연도 취소됐다. 17일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리는 ‘2021 다시 함께, 케이팝 콘서트’는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지난 6월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 모습.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되면서 이같은 음악축제도 불가능해졌다. 민트페이퍼 제공
지난 6월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 모습.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되면서 이같은 음악축제도 불가능해졌다. 민트페이퍼 제공

쇼케이스와 제작발표회도 속속 연기·취소되고 있다. 16일로 예정된 피아니스트 윤한의 새 앨범 <슬리핑 사이언스: 더 슬립> 쇼케이스는 취소됐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도 19일로 예정했던 뮤지컬 <금악: 禁樂> 제작발표회를 잠정 연기했다.

비상이 걸린 건 영화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극장가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이런 상황이 된 데 대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황재현 씨지브이 홍보팀장은 “지난주 개봉한 마블 신작 <블랙 위도우>가 닷새 만에 누적 관객수 130만명을 기록하는 등 코로나19 사태 이후 극장을 떠났던 관객들이 이제 다시 돌아오는 분위기에서 상황이 이렇게 돼 시름이 깊다”며 “마지막 상영 회차 시작 시간이 저녁 7시30분으로 당겨지면서 직장인들의 영화 관람이 어려울 수 있지만, 영화관 내 감염 사례가 한건도 없었던 만큼, 개인방역 지침만 준수하면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으니 믿고 찾아달라”고 했다.

대작 개봉을 앞둔 배급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당장은 개봉 일정을 변경하는 등의 움직임은 없지만, 사태 추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반기 최대 기대작인 류승완 감독 신작 <모가디슈>를 배급하는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확산세가 잦아들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개봉 전 배급사와 언론사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영화 시사회도 잇따라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있다.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로 공연이 중단됐던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해피시어터 객석에 지난 2월1일 시민들이 들어서고 있다. 류우종 &lt;한겨레21&gt; 기자 wjryu@hani.co.kr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로 공연이 중단됐던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해피시어터 객석에 지난 2월1일 시민들이 들어서고 있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지난 8일 개막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도 대면 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단편 시상식(14일)과 폐막식(15일) 등 대면 행사는 전면 취소하고 무관객 온라인 시상식으로 전환해 개최하기로 했다. 오프라인은 상영은 유지하되, 밤 10시 이전에 모든 상영을 종료하고, 하루 4∼5회차에 걸쳐 방역을 실시한다. 영화제 관계자는 “집행부와 스태프, 자원봉사자 등 276명이 매일 아침 자가검사키트를 이용해 음성임을 확인한 뒤 업무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은 현재 거리두기 1∼2단계를 적용하고 있지만, 이들 지역에서도 코로나 상황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28일부터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일대에서 열리는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음악제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 변화를 지켜보며 이에 따라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송·연예계는 공연·영화계에 견줘 상대적으로 큰 타격은 없지만 최근 스태프나 방송사 임직원 중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조금씩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프로그램 녹화를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드라마 대본 연습은 팀을 나눠서 하거나 화상으로 하는 등 노력해왔지만, 이번 4단계 격상으로 다시 고삐를 조이고 있다. 연예인들은 선제적 대응에 나서며 확산 방지와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걸그룹 브레이브걸스는 함께 작업했던 외부 스태프가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지난 8일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멤버 전원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활동을 마무리하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정혁준 오승훈 남지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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