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회 부소니 국제 콩쿠르의 입상자. 왼쪽부터 3위 루카스 슈테르나트(오스트리아), 1위 박재홍, 2위 김도현. 금호문화재단 제공
한국 피아니스트 박재홍과 김도현이 부소니 콩쿠르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막을 내린 제63회 페루초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박재홍이 1위와 실내악 특별상 등을, 김도현이 2위, 오스트리아의 루카스 슈테르나트가 3위를 수상했다고 콩쿠르를 주최한 페루초 부소니-구스타브 말러 재단이 발표했다.
부소니 콩쿠르는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페루초 부소니를 기리기 위해 1949년 창설된 권위 있는 콩쿠르다. 알프레드 브렌델, 마르타 아르헤리치, 외르크 데무스, 개릭 올슨 등이 이 대회에서 수상했다.
1회부터 3회 대회까지는 ‘1위 없는 2위’만 나왔고, 2001년 격년제로 바뀐 뒤 6명에게만 1위를 안기는 등 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결승에서 박재홍은 아르보 볼머 지휘의 하이든 오케스트라와 함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 김도현은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했다.
63회 부소니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박재홍. 금호문화재단 제공
일곱살에 피아노 연주를 시작해 이번에 우승한 박재홍은 2014년 금호영재콘서트에서 데뷔했다. 서울예고를 졸업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음악과를 수석으로 입학했다. 현재 4학년 재학 중인 그는 김대진 한예종 총장을 사사하고 있다. 2016 지나 바카우어 영아티스트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등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음악적인 성과를 알려왔다.
63회 부소니 콩쿠르에서 준우승한 피아니스트 김도현. 금호문화재단 제공
준우승한 김도현은 미국 클리블랜드 음악원에서 공부했고, 줄리아드 음악원에 진학해 세르게이 바바얀을 사사했다. 현재는 클리블랜드 음악원에서 전문 연주자 과정에 재학 중이다. 올해 금호라이징스타로 선정돼 지난 2월 한국에서 첫 독주 무대를 선보였다.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부소니 콩쿠르에서 우승한 것은 2015년 문지영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인으로는 서혜경(1980년)과 이윤수(1997년)가 ‘1위 없는 2위’를 했고, 손민수(1999년·3위), 조혜정(2001년·2위), 임동민(2001년·3위), 김혜진(2005년·3위), 문지영(2015년·1위), 원재연(2017년·2위)이 수상했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 8월 진행된 예선을 거쳐 33명의 본선 참가자가 가려졌다. 본선은 지난달 24일부터 3일까지 볼차노에서 진행됐다. 코로나 탓에 참가를 못 한 3명과 기권자 3명을 뺀 최종 27명이 참가했다. 본선은 독주 무대를 선보이는 준결선과 1차 결선, 슈만 콰르텟과 실내악 연주를 선보이는 2차 결선, 최종 협연 결선 무대로 진행됐다.
박재홍은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무대에서 하고 싶었던 말을 다해 속이 후련하고 시원했다. 좋아하는 곡을 후회 없이 연주할 수 있어 기뻤다. 앞으로의 연주에서 최상의 수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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