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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조성진, 이 가을 쇼팽의 ‘첫사랑 곡’ 연주하다

등록 2021-09-06 11:04수정 2021-09-06 11:14

2015년 쇼팽 콩쿠르 한국인 첫 우승자
두번째 쇼팽 앨범 발표…18일까지 전국투어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쇼팽의 ‘스케르초 2번’을 연주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쇼팽의 ‘스케르초 2번’을 연주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5년마다 가을이면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선율과 함께 찾아오는 피아니스트가 있다. 조성진이다.

조성진은 2015년 10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첫 우승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쇼팽 콩쿠르는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올림픽보다 주기가 1년 더 긴 5년이다.

5년은 연주자가 극도의 스트레스에 내몰리기에 충분히 긴 주기다. 컨디션 조절을 잘하지 못하거나 실수라도 하면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데, 기다림의 시간이 너무 길다. 조성진은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그의 두 번째 쇼팽 연주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우승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이제 콩쿠르에 도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와 기쁨이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쇼팽 콩쿠르 우승은 그에게 많은 것을 안겨줬다. 한 해 15~20회 정도 했던 연주회는 쇼팽 콩쿠르 우승 뒤 2배 이상 늘어났다. 세계적인 음반 회사인 도이체 그라모폰과도 계약을 맺었다. 도이체 그라모폰을 통해 2016년 11월 가을에 나온 첫 연주 앨범에는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4개의 발라드’가 담겨 있다.

그 뒤 5년 동안 조성진은 쇼팽을 멀리했다. 드뷔시, 모차르트, 슈베르트 등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 앨범을 냈다. 쇼팽 콩쿠르 우승은 그에게 기회가 됐지만, 동시에 부담이기도 했다. “2016년 쇼팽을 녹음하고 의식적으로 쇼팽 곡을 연주하지 않았다. 쇼팽 콩쿠르 우승은 많은 기회를 얻고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자리지만 ‘쇼팽 스페셜리스트(전문가)’로만 각인될 수 있다. 그걸 원하지 않아서 의식적으로 다른 작곡가를 다뤄왔다.”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다시 가을. 조성진은 쇼팽과 함께 왔다. “(5년이란 시간이 흘러) 이때쯤이면 쇼팽을 다시 연주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말 나온 앨범에는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4개의 스케르초’가 녹음됐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앨범 표지. 유니버설뮤직 제공
피아니스트 조성진 앨범 표지. 유니버설뮤직 제공

‘피아노 협주곡 2번’에는 젊은 쇼팽의 첫사랑이 녹아 있다. ‘쇼팽의 연인’ 하면 조르주 상드가 떠오르지만, 쇼팽의 첫사랑은 성악가 콘스탄차 글라드코프스카였다. 쇼팽은 첫사랑을 떠올리며 이 곡을 작곡했고, 2악장을 그 앞에서 연주했다. 첫사랑이 늘 그렇듯, 쇼팽의 첫사랑은 짝사랑으로 남았다.

조성진도 이런 얘기를 알고 있었던 걸까? “협주곡 2번이 1번보다 더 섬세한 면이 많고 구조도 자유롭다. 2번 2악장은 쇼팽이 쓴 곡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1번 2악장보다 더 좋아한다.”

쇼팽 콩쿠르 우승 당시 1번을 연주한 이유에 대해선 “콩쿠르 땐 자신 있는 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1번이 곡 길이도 8~10분 더 길고, 보여줄 수 있는 테크닉이나 음악적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에 실린 ‘4개의 스케르초’는 삶과 예술이 연결되듯 이어졌다. “2006년 지휘자 정명훈 선생님 앞에서 스케르초 2번을 연주했고 스승이신 신수정 교수님(현 서울대 명예교수)과 처음 만났을 때도 이 곡을 연주했다. 쇼팽 콩쿠르 당시 준결선 마지막 곡으로도 연주했다.”

이번 쇼팽 앨범도 단절되지 않고 이어졌다. 데뷔 앨범과 마찬가지로 이번 피아노 협주곡 연주도 지아난드레아 노세다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췄다. 조성진은 “같은 악단, 같은 지휘자로 완성된 사이클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쇼팽의 ‘스케르초 2번’을 연주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쇼팽의 ‘스케르초 2번’을 연주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쇼팽을 연주하는 데 변화한 점이 있었을까? 조성진은 ‘거울’을 들어 설명했다. “쇼팽 콩쿠르 당시에는 연주 스타일이 지금과 달랐다. 경직된 느낌이 있었다. 콩쿠르 이후에 훨씬 자유롭게 내 음악을 할 수 있게 됐다. 거울을 보면 내 얼굴은 똑같은데 남들은 다르게 보는 것과 비슷하다.”

5년에 한 번 열리는 쇼팽 콩쿠르는 지난해 열려야 했지만 코로나19 확산 탓에 연기돼, 다음 달에 개최된다. 이번엔 한국인 연주자 7명(가주연·김수연·박연민·박진형·이재윤·이혁·최형록)이 진출했다. 바로 직전 대회 우승자인 조성진은 이번 출전자들에게 솔직 담백한 조언을 했다. “제게 (우승) 비결은 없다. 비결이 있었다면, 제가 나갔던 대회에서 다 우승했을 거다. 콩쿠르는 운이 필요하다. 최대한 준비를 완벽하게 하고, 컨디션 조절을 해서 무대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많이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다. 마음을 비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지휘자로 변신한 경우가 많았다. 조성진은 2019년 통영에서 지휘를 선보인 일이 있었지만, 앞으로 계속 좋은 피아노 연주를 보여 줄 것 같다. ‘지휘자로 변신할 계획이 있는지’를 묻자 “(2019년) 당시엔 실험적 이벤트로 지휘했다. 그때 결심했다. 지휘는 앞으로 안 하겠다고.” 이유는 뭘까? “(지휘에) 재능이 없어서다.(웃음)”

피아니스트 조성진. 유니버설뮤직 제공
피아니스트 조성진. 유니버설뮤직 제공

조성진은 앨범 발매를 기념해 전국 리사이틀 투어도 한다. 투어는 서울(7일), 인천(8일), 여수(11일), 수원(12일), 부산(16일)으로 이어진다. 18일 서울에선 앙코르 공연이 열린다. 앙코르 공연은 네이버티브이(tv.naver.com/klassica)에서 유료 중계한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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