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김지섭 의사가 동생 김희섭에게 보낸 편지. 그해 그는 일본 감옥에서 숨졌다. 문화재청 제공
일본 도쿄 왕궁에 폭탄을 던지고 옥중에서 순국한 김지섭(1884~1928) 의사의 편지가 나라의 공식 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김 의사가 옥중에서 가족에게 보낸 편지 네 통과 1908~1913년 대한제국 황실 후원 공예품을 만들었던 ‘한성미술품제작소’의 은제 합, 한국전쟁 때 제주에 세운 육군 제1훈련소 정문 기둥을 근대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고 6일 발표했다.
의열단원이던 김 의사의 편지들은 1924년 1월5일 도쿄 왕궁 입구의 이중교(니쥬바시)에 수류탄 3발을 투척하고 옥에 갇힌 뒤 동생 김희섭과 부인 권석희한테 써서 보낸 것이다. 당시 항일 지사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는 희귀 사료들로 평가된다. 동생에게 전달된 편지 세 통에는 투옥된 동지의 안부에 대한 궁금증과 가족에 대한 염려가 담겼고, 부인에게 발송한 편지엔 면회 오지 말라고 만류하는 내용이 나온다.
한성미술품제작소에서 만든 은제 합.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이화 문양이 새겨져 있다. 문화재청 제공
한성미술품제작소가 만든 은제 합에는 대한제국 황실의 상징인 이화(오얏꽃) 무늬가 새겨져 있다. 문화재청은 “전통공예가 주물과 압축 기법 등을 써서 근대적 제품으로 바뀌는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한성미술품제작소는 이왕직미술품제작소(1913~1922), 조선미술품제작소(1922~1937)로 명칭이 바뀌면서 일제강점 말기까지 맥을 이었던 한국 근대 명품공예의 산실이었다.
제주도의 한국전쟁 관련 유산인 옛 육군 제1훈련소의 정문 기둥. 문화재청 제공
옛 육군 제1훈련소 정문 기둥은 2008년 문화재로 등록된 지휘소와 더불어 제주도에 남은 대표적인 한국전쟁 관련 유산이다. 현무암과 조개껍데기 등 섬의 지역성이 깃든 건축 재료를 쓴 것이 특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