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건호언론상에 자유언론실천재단
이부영 이사장 인터뷰
이부영 이사장 인터뷰

제20회 송건호언론상을 받은 자유언론실천재단의 이부영 이사장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자유언론을 지켜온 우리에 대해
태만해진 건 아닌지 꼬집는 의미” “기성 언론에 죽비 노릇을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이하 실천재단)을 열정적으로 이끄는 이부영(79) 이사장은 송건호언론상 수상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올해 송건호언론상은 개인이 아니라 언론운동 단체인 실천재단에 돌아갔다. 시상식이 열린 지난 1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 이사장을 만났다. “청암 송건호 선생은 1970년대 자유언론운동의 뜻을 같이했던 분이다. 그분을 기리는 상을 우리에게 준 것은 언론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소임을 다하라는 뜻일 거다.” 그가 기억하는 청암은 ‘번잡한 기자생활’과 거리가 먼 ‘꼿꼿한 선비’였다. “당시 청암은 ‘역사 앞에서 거짓된 글을 쓸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사실을 알리는 보도 한 줄’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내쫓긴 113명의 동아일보 해직기자들과 같은 길을 걸었다.” 이 이사장에게 ‘송건호’란 이름이 새겨진 언론상 수상의 의미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가 시상식에서 낭독한 수상 소감문 제목에서도 드러난다. 제목은 ‘다시 벼랑 끝에 선 마음으로’. 비장감마저 감도는 이 문구에 대해 그는 “이 상에는 자유언론을 지켜온 우리에 대해서도 ‘당신들 조금 태만한 거 아니냐’고 꼬집는 의미도 담겨 있다. 우리 스스로 옷깃을 여미는 심경으로 이 상을 받게 된다”고 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해직기자들을 ‘자유언론의 노병’이라고 여러 차례 표현했다. 해직 이후 47년째 ‘공정하고 정의로운 언론’을 이뤄내기 위해 싸워온 이들에게 ‘노병’이란 표현보다 더 잘 어울리는 건 없을 듯하다. 올해가 지나면 그도 어느덧 팔순에 접어든다. ‘동지’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고 쇠약해져 활동을 못 하게 되는 상황이 아쉽기만 하다. “성유보(1943~2014·한겨레신문 초대 편집위원장, 자유언론실천가)가 살아 있었더라면 큰 힘이 됐을 텐데.” 7년 전 작고한 ‘동아투위’(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동지이자 오랜 지기였던 성유보 선생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이 이사장은 올해 실천재단이 펼친 주요 활동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했다. 특히 재단 설립의 주요 취지 가운데 하나인 ‘언론 바로 세우기’ 부분의 성과로 지난 4월 <동아평전>과 <조선평전> 출간을 꼽았다. “47년이 지났다. 우리를 내쫓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한 적 없다. 그들에겐 우리 존재 자체가 괴로울 것이다. ‘노병’인 우리가 죽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그런 상황에 대비해 만든 게 실천재단이다. 우리가 사라지더라도 실천재단이 우리의 대의를, 정신을 이어갈 것이다.” 국제 연대 활동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실천재단은 지난 10월 다큐멘터리 영화 <표적>을 만든 일본의 니시지마 신지 감독에게 제33회 안종필자유언론상 본상을 수여했다. 우에무라 다카시 기자의 법정 투쟁을 소재로 그를 공격한 우익들의 행태를 고발한 영화다. 우에무라 기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일본에서 최초 보도한 아사히신문 기자로, ‘가족 살해 위협’ 등 온갖 고초를 겪었다. “한-일 역사를 바로 보려는 일본 언론인들을 지원하고 그들과 교류·협력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과거 우리가 자유언론운동을 할 때 그런 일본 언론인들이 우리를 많이 지원했다. 이제 그 품앗이를 하는 거다. 이런 게 진정한 한-일 교류라고 본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회 송건호언론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재단법인 자유언론실천재단’이 선정되어 이부영 이사장이 수상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공익보도 위축 막을 장치 마련을” 올해 뜨거운 언론 현안은 언론중재법 개정 문제였다. 이를 두고선 내부 이견도 있었다고 한다. 이 이사장은 “개인적으로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했으면 좋겠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면서도 “그러려면 몇가지 중요한 문제들이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전제를 달았다. “사회적 강자들이 돈과 법률로 기자와 피디들에게 고소를 남발하고 엄청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기자들의 공익 보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막아야 한다. 공익 보도를 하다가 곤란한 처지에 몰리는 언론인들을 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회에서 그걸 해야 한다. 이런 거 없이 무조건 언론중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데 대해선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기득권 조중동 탐욕이 암덩어리
언론 신뢰 낭떠러지로 떨어뜨려
대중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중요 그는 현재 언론이 당면한 현실을 ‘단선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복잡하고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우리 언론은 일찍이 경험한 적 없는 높은 수준의 언론자유를 누리고 있다. 아시아 1위요, 미국·일본보다 언론자유 순위가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국민의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전세계에서 꼴찌다. 우리 언론 안에 심각한 병 증세가 악화하고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그는 ‘언론 안에 자리 잡은 암 덩어리’를 만들어낸 주요 원인으로 대형 언론의 과한 욕심을 꼽았다. “기존의 대형 미디어들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신문에다 종편 방송까지 만들어 여론을 독점하고 광고를 싹쓸이하고 대선만 돌아오면 자기들 입맛에 맞는 하수인 정권을 만들려고 한다. 기득권을 확대하려는 조중동의 탐욕이 암 덩어리가 되어 언론의 신뢰를 낭떠러지로 떨어뜨리고 있다.” 최근 기자들을 향한 부쩍 강도가 높아진 정치 진영의 압박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기사 자체는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진보든 보수든 기사는 팩트로 채워야 한다. 팩트까지 맘에 안 든다고 트집 잡는 건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중장기적 해법으로는 미디어 시민교육, 정치교육을 꼽았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중요하다고 본다. 시민학교, 언론학교 등 이름이 뭐가 됐든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미디어에 대한 교육을 늘렸으면 한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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