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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부모의 길’ 선택한 청소년들…간섭 아닌 길 안내를

등록 2022-03-18 20:05수정 2022-03-18 20:33

[황진미의 TV 새로고침] MBN ‘고딩엄빠’
엠비엔 누리집 갈무리
엠비엔 누리집 갈무리

<고딩엄빠>(엠비엔)는 10대에 부모가 된 청소년들의 육아를 보여주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다. 박미선이 사회를 맡고, 하하, 인교진, 성교육 강사 이시훈, 심리상담가 박재연이 패널로 합류했다. 고작 2회가 방송되었지만, 시청자 게시판이 뜨겁다. 청소년의 성을 부추길 우려가 크니 폐지하라는 의견과 출연자들을 돕고 싶다는 의견이 반반이다.

실로 과감한 기획이다. 그동안 <제니주노><과속스캔들><굿바이 싱글>등 청소년 출산을 그린 영화들이 만들어졌지만, 실제 당사자들이 이름과 얼굴을 공개한 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제작될 수 있었던 배경이 있다. 육아 관찰 예능이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자발적 미혼모인 사유리가 <슈퍼맨이 돌아왔다>(한국방송2)에 출연하고, <내가 키운다>(제이티비시)가 싱글맘의 육아를 조명하면서 정상가족의 규범성이 옅어졌다. 작년 10월에 <오늘부터 가족>(제이티비시)에 미혼모 이루시아가 아들과 함께 출연한 것도 한몫했다. 여기에 이혼한 남녀의 짝짓기 프로그램 <돌싱글즈>를 선보였던 엠비엔이 또다시 파격을 감행했다.

하기야 한명의 출생아도 아쉬운 저출생 시대에, 어렵게 출산을 결심하고 육아를 해나가는 청소년 부모들이야말로 사회의 관심과 도움을 집중할 대상이다. 하지만 청소년의 성 자체를 금기시하는 사람들에게 <고딩엄빠>는 여전히 불편하다. 선정적인 소재로 관심을 끌려는 기획으로 의심받기 십상이다.

시청자들의 당혹감을 알기에, 사회자와 패널들은 최대한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우선 청소년 부모의 수가 얼마나 될까. 2020년 통계청 기준 한해 출산하는 10대가 918명이다. 꽤 많은 수치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청소년의 성 경험 실태를 논하면서 다소 패착을 두었다. 성교육 강사 이시훈은 2018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보고서를 인용하여 성 경험 평균 연령이 13.6살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는 전체 청소년 중 94.3%는 성관계 경험이 없고, 성 경험이 있는 5.7%의 응답자들의 평균 첫 성관계 연령이 13.6살이라는 조사 결과가 와전된 것이다. 마치 전체 청소년의 첫 성관계 평균 연령이 13.6살인 양 오해될 소지가 있다. 또한 성경험 연령에 대한 출연자들끼리 방담에서 실제 사람 간 성교를 의미하는 것인지, 단지 포르노 등을 보며 성적인 접촉을 시도한 경험을 뜻하는지 불분명하게 처리된 점은 유감이다.

조심스러워하는 패널들과 달리 당사자들은 오히려 밝고 담담했다.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서도, 11개월 딸을 키우는 김지우는 10대 출산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보는 시각이 많은데, 조금만 도움을 주면 잘해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22개월 아들을 키우는 이루시아는 부끄러울 것이 없고, 아이에게 당당한 엄마이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유일하게 남편이 있는 만삭의 박서현은 친정 부모가 출산을 반대하고 있는데,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 출연료도 필요해서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프로그램은 이들을 동정하거나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사연을 듣는다. 다만 김지우의 사연을 재연하는 장면에서 자살시도에 따른 정신병원 입원을 부모의 일방적 학대인양 묘사한 것이나, 가족 간의 갈등을 너무 상세히 그린 것은 프로그램 본래의 취지나 방향에 맞지 않아 보인다.여러번 자살 시도를 하였던 김지우가 딸을 키우면서 오히려 심리적 안정을 찾은 듯 보이는 것은 탈가정이나 출산 등을 그저 일탈로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편협한지 잘 알려준다

성관계를 하는 청소년 중 3분의 2만 피임을 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피임을 열심히 했다는 이루시아도 질외 사정을 언급하는 등 피임교육이 철저하지 못했음을 드러냈다. 이루시아는 사귀던 남성이 집착과 폭력성을 드러내어 헤어졌다고 말했다. 패널들은 잘못된 피임법과 데이트폭력 문제를 언급하며 적절히 개입하였다. 나아가 이시훈 강사는 나체 사진을 찍어서 달라는 남성의 부탁을 들어주었다가 사진을 인터넷에 뿌리겠다는 협박을 당하는 일도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성범죄가 만연한 시대에 요긴한 조언이다.

이런 내용은 어디서도 접하기 힘든 교육적인 가치를 지닌다. 예기치 못한 책임이 뒤따르기에 성관계를 가벼이 생각할 수 없고, 피임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또한 원치 않은 임신을 하더라도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알고 대처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우리 사회가 청소년의 성을 무조건 부인하거나 억압하지 말고, 성교육과 피임교육에 만전을 기하되, 만약 임신을 한 경우엔 낙태든 출산이든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출산을 택한 뒤에는 입양보다 직접 키울 수 있도록 정보와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세 출연자의 사정은 각기 다르다. 김지우는 원가족과 절연한 채 시설에서 아이를 낳고 지금은 임대아파트에서 아이를 키운다. 이루시아는 엄마의 지원을 받으며 난임인 언니에게 아이를 입양하라는 압력을 받는다. 박서현은 시가가 마련해준 집에서 남편과 함께 살지만 경제적 도움이 필요하다. 제작진에게 부탁이 있다. 청소년 부모로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려줄 사회복지 전문가를 패널로 영입해달라. 모자원 등의 시설이 아닌 독립된 주거권을 갖고, 입양을 권유받는 식으로 친권을 위협받지 않기 위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확실한 정보가 필요하다.

청소년 및 출산 지원 사업을 해온 여성가족부가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설령 여성가족부가 폐지되더라도 탈가정 청소년 지원 정책과 청소년 부모 지원 정책이 부처를 옮겨 유지되거나 더욱 강화되길 바란다. 아울러 권한도, 예산도 인력도 없는 초미니 부처였던 여성가족부가 행안부, 복지부, 노동부, 법무부, 경찰 등과 긴밀히 협조하며 정책적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실효적인 구조로 재편되길 희망한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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