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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이것이 ‘상여자’의 세계다…‘여직원’들의 ‘일진’ 싸움판

등록 2022-12-13 10:36수정 2022-12-13 10:44

일본 영화 ‘지옥의 화원’ 15일 개봉
영화 <지옥의 화원> 스틸컷. 찬란 제공
영화 <지옥의 화원> 스틸컷. 찬란 제공

‘여직원의 세계는 힘이 전부다. 강함만이 전부이고 여자 중의 여자만이 위로 올라설 수 있다.’

영화 <지옥의 화원> 주인공 나오코(나가노 메이)는 독백한다. 여직원의 힘이라니, 업무 능력을 말하는 건가? 여자 중의 여자라면 능력 있고 도전적인 알파걸? 틀렸다. 여직원, 여자를 ‘남자’로 바꾸었을 때 바로 떠오르는 그 힘, 도전자(신입직원)가 나타나면 “전치 3개월짜리 입원 생활”을 선물하는 ‘상여자’들의 세계다.

평범한 여직원 나오코가 다니는 회사에는 ‘양아치’와 폭주족 출신 여직원들이 사내 파벌을 형성하고 탈의실에서, 화장실에서, 옥상 정원에서도 ‘최강 여직원’이 되기 위한 혈투를 벌인다. 어느 날 나오코는 길을 걷다 남직원을 괴롭히는 불량 여직원들을 간단하게 제압하는 여자를 만나는데, 다음날 이 여자 란(히로세 아리스)이 단정한 유니폼을 입고 사무실에 등장한다. 다시 회사에서는 피바람의 세력 재편이 벌어지고 다른 회사의 최강 여직원들이 속속 란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영화 &lt;지옥의 화원&gt; 스틸컷. 찬란 제공
영화 <지옥의 화원> 스틸컷. 찬란 제공

이게 웬 만화 같은 이야기냐고? 화면 속 나오코도 “요즘도 저렇게 만화 같이 괴롭히는 일이 있나” “이게 웬 만화 같은 등장에 만화 같은 실력?”이라고 말한다. <지옥의 화원>은 대놓고 만화처럼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펼치는 액션 코미디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남자들이 등장해 1 대 30으로 싸우는 흔하디흔한 액션물은 황당무계하지 않은 적 있나.

<지옥의 화원>은 <오늘부터 우리는>처럼 ‘일진’들이 쓸데없이 으르렁거리며 피 터지게 싸우는 코믹 학원 액션물의 무대를 회사로, 등장인물을 여성으로 옮겼다. 뻔한 이야기인데 이렇게 비틀어놓으니 새로운 균열과 웃음이 만들어진다.

<지옥의 화원>에서 ‘여직원’, 일본말로 ‘오엘’(OL: Office Lady)은 남자들의 지시를 받고 일하는 수동적이고 얌전한 이미지의 여성이다. 이런 이미지와, 앞뒤 가리지 않고 때려 부수면서 상대방을 날려버리는 과장된 액션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이 영화의 포인트다. 나오코를 인질로 잡고 협박하는 상대 회사 패거리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한손으로 우그러뜨린 뒤 내던진 음료수병을 다시 재활용 쓰레기통에 분류해놓거나, 예쁜 카페에서 케이크를 먹다가 집적거리는 양아치를 손본 뒤 돌아와 다시 얌전하게 케이크를 먹는 장면 등이 그 예다.

영화 &lt;지옥의 화원&gt; 스틸컷. 찬란 제공
영화 <지옥의 화원> 스틸컷. 찬란 제공

또 세상 참한 여직원이었던 나오코의 반전, 전설적인 일진 오빠들에게 둘러싸여 아버지로부터 “잠재력은 막내가 최고”라는 격려를 받고 자란 그의 실체가 드러날 때 영화는 웃음의 강도를 한번 더 높인다. 웃자고 만든 영화에 정색한 상찬을 할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 남자들에게만 허용되던 힘과 의리, 과장과 허세의 놀이터에 여자들이 입성해 똑같은 방식으로 즐거움을 준다는 점에서 <지옥의 화원>은 여성 관객에게 웃음 이상의 짜릿함을 준다. 일본 스타 배우 히로세 스즈의 언니인 히로세 아리스의 박력 넘치는 액션 연기도 볼거리.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들의 선택을 받는 넷팩상을 수상했다. 15일 개봉.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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