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20일 동안 항해에 나설 시인 박남준씨와 소설가 김이정·이경혜·이성아씨(왼쪽부터)가 9일 오후 서울 현대상선 사옥에서 ‘승선교육’을 마치고 포즈를 취했다. 현대상선 제공
‘대양을 향하는 작가들’ 2차 탐사대 1진 10일 출발
해양부·현대상선 지원 받아 2년간 12명 항해 체험
해양부·현대상선 지원 받아 2년간 12명 항해 체험
‘대양을 향하는 작가들’(대표 한창훈)이 제2차 대양 탐사에 나선다. 시인 박남준씨와 여성 소설가 김이정·이경혜·이성아씨 등 네 사람은 11일 홍콩을 출발하는 현대상선 ‘포춘호’(선장 김완석)에 올라 30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도착하기까지 20일 동안 대양 항해 체험을 하기로 했다. 문인들의 대양 체험은 지난해 4~5월 역시 박남준씨와 유용주·한창훈·안상학씨가 참여한 부산~두바이 항로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의 항해 체험은 네 사람이 함께 써서 연말께 단행본으로 펴낸 항해 일지 <깊고 푸른 바다를 보았지>로 일단 결실을 보았다. 이 체험을 계기로 결성된 모임 ‘대양을 향하는 작가들’은 문인들의 대양 체험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문화예술위원회에 지원을 신청했으나 신청 연도에 사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원을 취소 당했다(5c<한겨레> 2006년 1월 16일 치 17면). 그러나 모임 대표인 한창훈씨의 <한겨레> 기고로 작가들의 사정을 알게 된 해양수산부 산하 ‘해상왕 장보고 기념사업회’가 소요 자금을 대고 지난해 항해를 주선한 현대상선이 또 한 번 협조 의사를 밝힘으로써 이번 2차 항해가 가능하게 되었다. 모임은 지난해 1차 항해를 체험한 네 사람을 비롯해 모두 12명의 문인이 2년 동안 네 번에 나누어 대양 항해 체험을 하기로 현대상선 쪽과 합의해 놓은 상태다. 지난해 1차 항해를 경험한 이들이 한 사람씩 ‘조교’ 격으로 네 번의 항해에 참여해 동료 문인들의 승선 생활을 이끌기로 했다. 그 결과 우선 동갑내기 여성 소설가 세 사람과 시인 박남준씨가 이번 2차 항해에 나서게 된 것. 9일 오후 서울 현대상선 사옥에서 승선교육을 마친 네 사람은 10일 아침 비행기로 홍콩에 도착한 뒤 이튿날부터 항해에 나선다. 이들의 항로는 인도양과 홍해를 거쳐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다음 지중해와 북대서양으로 이어지는 ‘환상의 코스’. 올 하반기와 내년 상·하반기에 이어질 나머지 항해에는 이경자 김해자 이원규 오수연 김종광씨 등이 추가로 참여할 예정이다. 모임 대표 한창훈씨는 “대양 체험을 하기 힘든 작가들과 대양의 만남을 주선하려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적”이라며 “항해 결과는 각자의 작품 활동에 어떤 식으로든 반영되겠지만, 2년 예정의 이번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우선 열두 사람의 항해기를 한데 모아서 별도의 단행본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씨는 “원양 상선의 특성상 배에 여자를 태우는 데에 대한 금기랄까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행히 작년에 우리를 태우고 갔던 김완석 선장이 ‘용단’을 내려 줘서 이번 항해가 이뤄지게 된 데 대해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항해에 참가하는 이성아(46)씨는 “성서와 신화 및 문학작품 등에서나 접해 보았던 홍해며 지중해를 직접 만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터질 것 같다”며 “다른 한편으로는 스무 날 동안 배라는 한정된 공간에 갇혀 있게 된다는 점에서 사뭇 비장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금의 나를 텅 비우고 작가로서나 인간으로서나 새롭게 태어나 보고자 하는 생각에서 책도 많이 가져가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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