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관객석인데 뉴욕 한복판인 듯…뮤지컬, 화려해졌다

등록 2023-06-22 15:28수정 2023-06-23 02:49

높아진 티켓값에 관객 눈높이도 올라가
자동화 무대·LED 영상 등 투자 늘어
뮤지컬 <할란카운티>. 글로벌컨텐츠 제공
뮤지컬 <할란카운티>. 글로벌컨텐츠 제공

광부들이 갱도로 진입하는 순간, 무대 바닥이 빙그르르 돈다. 무대 뒷면을 꽉 채운 엘이디(LED) 전광판에선 갱도의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이 펼쳐진다. 광부들 움직임이 더욱 역동적으로 부각되면서 몰입감이 더 커진다. 지금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할란카운티>의 한 장면이다. 미국 켄터키주 할란카운티 탄광촌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국내 창작 뮤지컬로, 이번 세번째 시즌에 규모를 확 키웠다. 특히 이번에 처음 도입한 회전무대와 엘이디 영상을 적극 활용한 것이 눈에 띈다.

요즘 대형 뮤지컬은 갈수록 무대를 크고 화려하게 만드는 추세다. 각종 무대 장치를 기계적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자동화(오토메이션) 시스템이 기본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여기에 엘이디 전광판을 결합해 때론 환상적이고 때론 사실적인 배경을 펼쳐 보임으로써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뮤지컬 &lt;베토벤 시크릿&gt;. 이엠케이(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베토벤 시크릿>. 이엠케이(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lt;이프덴&gt;. 쇼노트 제공
뮤지컬 <이프덴>. 쇼노트 제공

올해 초 초연한 창작 뮤지컬 <베토벤 시크릿>은 장면마다 크고 화려한 무대의 빠른 전환과 적절한 엘이디 영상 활용으로 눈길을 끌었다. 베토벤이 불멸의 연인 브렌타노와 함께 저녁노을이나 불꽃놀이를 보는 장면에서 큰 효과를 발휘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국내 초연한 미국 뮤지컬 <이프덴>도 엘이디 영상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례로 꼽힌다. 미국 뉴욕이 작품의 배경인데, 메디슨 스퀘어 파크, 브라이언트 공원 등 뉴욕 곳곳을 실감 나게 구현해 호평받았다.

무대의 3면을 엘이디로 꾸미는 흔치 않은 사례도 등장했다. 오디컴퍼니는 지난해 <데스노트> 프로덕션을 새로 맡으면서 연출과 무대에서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을 했다. 책상, 의자, 쇼파 정도로 무대 장치를 최소화하는 대신 천장·뒷면·바닥 3면에 엘이디 영상을 펼치면서 입체적 공간을 구현했다. 배우들이 일본 도쿄 시부야 스크럼블 교차로 위를 걷는 장면, 테니스 치는 장면 등에서 효과가 극대화된다. 특히 영상으로 표현한 테니스 코트 바닥이 회전하면서 역동성과 입체감을 더한 장면이 널리 회자된다. 지난해 새 프로덕션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연장 공연을 한 데 이어, 올해 3월부터 지난 18일까지 앙코르 공연까지 했다. 곧 대구·부산 공연도 한다.

뮤지컬 &lt;데스노트&gt;.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데스노트>. 오디컴퍼니 제공

이런 흐름에 대해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티켓값이 오른 만큼 볼거리에 대한 관객들의 눈높이와 기대치도 올라갔기 때문에 제작진이 이에 부응하고자 무대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고급 인력 유입으로 인해 무대·영상 디자인 수준도 한층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첨단 기술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난 2021년 국내 초연한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뮤지컬 <비틀쥬스>는 기술적 문제로 개막이 두번이나 연기됐다. 초기 세팅 무대 장치가 워낙 많고 복잡했기 때문이다. 자동 무대 장치가 고장으로 멈추거나 엘이디 전광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공연이 중단되거나 해당 장면을 건너뛰는 사고도 종종 벌어진다.

뮤지컬 &lt;맘마미아!&gt;.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맘마미아!>. 신시컴퍼니 제공

전국 투어를 위해 자동 무대를 수동으로 바꾼 사례도 있다. <맘마미아!>는 자동 무대를 써오다 2011년부터 수동 방식으로 바꿨다. 고른 연령대의 폭넓은 지지에 힘입어 매 시즌 전국 투어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오는 25일 서울 공연을 마치고 나면 30일 대전을 시작으로 6개월간 인천, 군산, 광주, 부산, 대구 등 22개 지역을 돈다. 서울과 달리 3~4일간 짧게 공연하는 지역에선 세팅에만 2주 넘게 걸리는 자동 무대는 비효율적이기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돌아갔다. 제작사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무대 장치를 옮기는 스태프에게 배우처럼 섬마을 사람 옷을 입혀 이질감을 최소화했다”며 “아날로그 방식이 오히려 더 정겹다는 반응도 있다”고 귀띔했다.

뮤지컬 &lt;시카고&gt;.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시카고>. 신시컴퍼니 제공

작품 특성상 단출한 무대를 고집하기도 한다. 지금 내한공연을 하고 있는 <시카고>나 오는 25일까지 공연하는 <식스 더 뮤지컬>이 대표적이다. 이들 작품은 서사보다 춤과 노래라는 쇼의 요소를 강조하는 특징을 보인다. 보드빌(희극에 노래와 춤을 더해 19~20세기 초 미국에서 인기를 끈 쇼) 형식의 <시카고>와 콘서트 형식의 <식스 더 뮤지컬>은 배우들의 춤과 노래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중에 변화가 없는 하나의 무대 세트를 고수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