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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아에 영화판으로 직장 옮겨요, 두달뒤에…”

등록 2006-04-09 20:39

영화사 ‘봄’ 기획관리본부장 “변호사로만 살 이유 있나요”
두달동안 강금실 후보 대변인 “이기든 지든 추해지지 않을것”
영화 관련 소송 단골 조광희 변호사

조광희(40) 변호사는 최근 5~6년 동안 영화와 관련한 중요 소송의 대부분을 맡아왔다. 그래서 영화 관련 기사나 기고를 통해 몇몇 매체에 그 이름이 실렸지만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최근엔 하루가 멀다 하고 그의 이름이 매스컴에 오른다.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의 대변인을 맡았기 때문이다. ‘정치계로 가려고 하는가 보다’라고 생각하게도 하지만 그게 아니다.

조 변호사가 강 후보로부터 대변인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건, 그가 변호사에서 영화인으로 전직을 결심한 뒤의 일이다. 지난 3월 10일 그는 속해있던 법무법인 한결을 나와 <정사> <반칙왕> <스캔들> <너는 내 운명> 등을 제작한 영화사 봄의 제작관리본부장으로 3년 동안 일하기로, 봄의 오정완 대표와 계약을 맺었다. 사흘 지난 13일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강 후보가, 영화사로 옮기기 전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일까지 두달 반 동안 대변인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해왔고 조 변호사는 수락했다. 봄쪽의 양해가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변호사 일이 12년째인데 그게 지겹게 싫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97~98년의 일이고, 그 뒤에 영화 관련 송사와 자문을 맡아오면서 달라졌다. 지난 2월 봄에서 제안을 해왔을 때 고민하다가 그런 생각을 했다. 변호사 됐다고 변호사로만 살 이유 있냐.” 지난 5일 만났을 때, 그는 인터뷰 중에도 수시로 선거 일로 전화를 받아야 했다. 그는 이미 세간의 관심이 쏠려 있는 정치 현안의 한 가운데에 속한 ‘유사 정치인’이 돼있었다. 그리고 6월초부터는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영화인이 될 것이다. 세달 동안 직종이 세번 바뀌는 것인데, 다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일이고 또 변호사 일을 쉰다고 변호사 자격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니 팔자 좋은 셈이다.

그는 99년부터 봄의 고문변호사였다. 물론 그가 자문을 해온 영화사는 싸이더스FNH, MK픽처스, 청년필름 등 10여곳에 넘으며 영화진흥위원회,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인회의 등 중요 영화단체의 자문변호사나 감사를 맡아왔다. 그럼에도 봄으로 가게 된 이유로, 그는 봄의 요청이 있었던 것에 더해 봄과 쌓인 신뢰를 꼽았다. “오정완 대표가 개성이 강한데, 6년 동안 일해오면서 쌓인 신뢰가 있다. 같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또 개인적으로 봄의 영화가 내 취향과 맞는 부분이 많다.” 영화일을 하고 싶다면 영화사 경영보다 프로듀서 일을 하는 게 재밌지 않을까. “내가 변호사 중에서는 문화쪽 취향이 크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쪽의 전문가는 아니다. 잘 할 수 있겠다 싶은 걸 하는 것이다. 또 영화사 일이 서로 무관하지도 않을 거고.”

강금실 후보와 인연은 90년대 중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시작됐다. “강 후보가 문화적인 사람이고 그래서 코드가 맞는 것 같았다. 잠깐 독서클럽을 같이 했고 문화인들과 어울리는 친목 모임에도 같이 나간 적이 있다. 하지만 강 후보와 친한 민변 후배 중의 하나이지 절대적으로 친한 건 아니다.” 대변인을 맡은 데 대한 그의 변. “내게는 정치이기보다 존경하고 신뢰하는 강 후보가 하겠다면 도와주자는 것이다. 대변인을 제안하면서 강 후보가 보낸 문자 메시지는 이랬다. ‘우리 한번 재밌게 해봐요.’ 재밌게 한다면 해야겠구나.”

“열린우리당의 개혁적 사람과 민주노동당의 실용적 인사를 지지한다”는 조 변호사는 “강 후보의 본직적인 장점이 훼손되지 않게 지켜주도록 하는 게 나의 실질적 역할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아름다운 패배도 좋다고 하지만 아름답게 이겼으면 좋겠다. 물론 이기든 지든 추해지게 하지는 않을 것이고.”

봄에서 3년 동안 일한 뒤에는? “3년 뒤에는 돌아오려는 게 내 입장인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하다보면 내 천직이 뭔지 알게 될 테니까.”


글 임범 기자 isman@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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