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벼랑 끝에서 부둥켜안은 사랑
몬스터 볼(K1 밤12시30분)= 아카데미 사상 처음으로 흑인 여배우(할리 베리)에게 주연상을 선사한 영화. 2002년 개봉작으로 마크 포스터가 감독했다.
사형수 남편을 둔 아내와 그 사형수의 형을 집행하는 남성이 맺게 되는 얄궂은 인연을 그린 비극적 로맨스 드라마다.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흑인 여성 레티샤는 사형수인 남편을 잃고 교통사고로 아들마저 잃자 삶의 벼랑 끝으로 몰린다. 백인 교도관인 행크(빌리 밥 쏜튼)는 아버지로부터 직업과 극단적 인종차별주의를 물려받은 독신남으로 자신의 인종차별주의를 혐오하는 아들과 다투다가 아들이 권총으로 투신자살하는 걸 지켜보게 된다. 레티샤의 아들이 사고를 당할 때 우연히 옆에 있었던 이유로 알게 된 두 사람은 자식을 잃은 상실감을 공유하며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그러나 행크가 남편의 사형집행관이었다는 걸 알게 되자 레티샤는 다시 충격에 빠진다.
〈몬스터 볼>은 인종간의 화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는 아니다.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두 인물이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과정을 절제된 시선으로 보여준다. 15살 이상 시청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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