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백제·신라 이어 가야 소설
다음 작품은 ‘예수 이야기’ 될 것
다음 작품은 ‘예수 이야기’ 될 것
“역사는 침묵하지만, 언젠가 말합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 이후 고구려·백제·신라만 계산에 넣는 대륙지향적 역사관이 지배하고 있지만, 그건 잘못된 겁니다. 북방 기마문명과 남방 해양문화가 결합된 가야라는 제4의 제국의 존재를 빠뜨렸기 때문이죠. 게다가 가야는 지금의 일본을 세운 세력이라는 점에서 가야 역사는 일본 역사의 비밀을 밝히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소설가 최인호(61)씨가 잊혀진 가야 역사를 소설로 재구성한 세 권짜리 장편 〈제4의 제국〉(여백)을 내놓았다. 〈부산일보〉에 연재했던 원고에서 800장 정도를 덜어내고 500~600장 정도를 새롭게 써서 책으로 펴낸 것이다.
〈제4의 제국〉은 주인공이 김해의 대성동 제13호 고분에서 발굴된 바람개비 모양의 파형동기를 근거로 가야사의 뿌리를 파헤쳐 들어가는 ‘논픽션적’ 기법의 소설이다. 작가는 오키나와와 일본은 물론 인도까지 광범위한 현지 답사와 자료 수집을 거쳐 가야사라는 ‘잃어버린 고리’를 재구성했다. 작가는 “역사는 침묵하는 것 같지만 언젠가는 말을 한다”며 “이 소설을 쓰면서 일본은 가야 유민들이 세운 나라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또 다른 소설 〈유림〉의 연재가 겹쳐서 힘들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잃어버린 왕국〉과 〈제왕의 문〉 〈해신〉을 통해 백제·고구려·신라 세 나라 역사를 소설화하는 동안 어쩐지 2%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는데, 이렇게 가야사를 다룬 소설을 쓰게 되니 이것으로 무언가 완결된 것 같아 자부심마저 느끼게 되네요. 아마도 제가 쓰는 역사소설은 이것이 마지막 작품이 될 겁니다.”
근 20년 동안 대규모 역사소설 연재에 매달려 온 작가는 이제 원고지 600~700장 정도 분량의 콤팩트한 장편소설을, 연재가 아닌 전작으로 쓰고 싶노라고 밝혔다.
“다음 작품으로는 지저스 크라이스트를 써 볼 생각입니다. 조선 시대의 한 사상가의 생애를 통해 나만의 예수 이야기를 쓸 겁니다. 벌써 한 80% 정도는 구상이 끝났어요. 9월에 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등으로 순례를 떠날 계획인데,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도 도와주겠다고 약속하셨어요.”
예수에 이어서는 피카소 역시 소설로 쓰고 싶다는 그는 “소설 쓰고, 책 나오고, 독자들이 읽어 줘서 돈도 벌고 하니 이 무슨 팔자인지 모르겠다”며 “작가로서 지금처럼 행복한 때가 없었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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