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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경제력 걸맞은 문화국력 투자 절실”

등록 2006-05-03 19:44

1990년대 초 일본 번역서 2만종 지난해말 한국은 1500종뿐
연간 40억원 50권 지원도 빠듯 “노벨상 받더라도 요행일 것”
한국문학번역원 새로 맡은 윤지관 원장, 번역 예산·사회적 지원 호소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초에 이미 2만 종 이상의 책이 외국어로 번역된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지난해 말 현재 1500여 종에 지나지 않으니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죠. 세계 10위권을 넘보는 경제력이라고는 하지만, 문화 국력은 그에 비해 훨씬 뒤처져 있는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지난달 초 한국문학번역원(번역원)의 신임 원장에 취임한 영문학자 윤지관(52·덕성여대 교수)씨는 3일 낮 기자들과 만나 번역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회적 관심과 정부의 지원 강화를 촉구했다. 그는 “번역원이라는 기구가 국가 지원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번역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인식이 비로소 싹텄음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인식의 단계일 뿐 번역원이 실질적인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번역원의 연간 예산이 40억원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 해 50권 정도에 이르는 번역·출판 지원 같은 당장의 사업을 수행하기에도 빠듯할 뿐,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토대를 세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죠. 해외의 한국문학 번역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장기적인 계획 아래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절실합니다.”

윤 원장은 “유럽에선 기존의 ‘한국문학 번역 1세대’가 물러나면 후속 세대가 없는 실정”이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문학 번역에 대한 수요는 커지는데 정작 번역 역량은 그에 못 미치는 불행한 사태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국의 한국문학 또는 한국학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한 장학제도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제는 기왕의 번역 작업을 평가하고 질적 향상을 모색할 때”라고 말했다. “당연히 번역돼야 할 작품이 번역되었는지를 따져 보고, 이미 번역 출간된 작품에 대해서도 그 질을 냉정하게 평가해서 제대로 다시 번역할 필요가 있으면 그에 대한 투자에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작업을 위해 문단과 협력해 번역 대상 작품 목록을 작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윤 원장은 번역원 주최로 이달 5~13일 서울과 경북 영주, 안동에서 열리는 ‘2006 서울, 젊은 작가들’이라는 행사에 주목해 줄 것을 주문했다. 국외 작가 17명과 국내 작가 20명이 숙식을 함께하며 교류하며 토론하는 행사다.

번역원은 또 다음달 말 미국 문학번역협회장과 프랑스 쇠유 출판사·독일 발슈타인 출판사·일본 이와나미 출판사 편집장 등을 초청해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숍’을 마련한다. 가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한-불 수교 120주년을 기념하는 한-불 작가 교류 행사를, 이어서 11월께에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한국과 스웨덴 젊은 작가들의 교류를 계획하고 있다.

그 자신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을 번역한 번역자이기도 한 윤 원장은 “지금 정도의 번역·소개 수준과 문화적 역량으로는 혹시 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더라도 그것은 행운이 아니면 순전히 작가 쪽의 개인적 노력 덕분이기 십상”이라는 말로 번역에 대한 전사회적 차원의 지원을 호소했다.

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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