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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제가 만난 시에게 상처 위로받으세요”

등록 2006-05-08 18:24

공지영씨, 39편 시 느낌 담은 산문집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소설가 공지영(43)씨가 새 산문집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황금나침반)를 내놓았다. 1996년의 <상처 없는 영혼> 이후 산문집으로는 10년 만에 두 번째라고 한다. 그 사이에 나온 <수도원 기행>은 기행에세이라고 해서 따로 계산했다.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는 기형도의 <빈집>, 문태준씨의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 열매를 맺고>, 수피즘의 성자 루미의 <물레방아처럼 울어라> 등 39편의 시를 앞세우고 그를 매개로 작가 공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저는 소설을 쓰기 전에 먼저 시로 등단을 했습니다. 소설을 쓰면서 시는 더 이상 쓰지 않게 되었지만 시에 대한 애정은 여전해요. 시집이나 잡지에서 좋은 시를 만나면 일기장에 옮겨 적고 그에 대해 나름의 감상을 써 넣었던 것이 이렇게 책이 되었네요.”

공씨는 8일 낮 기자들과 만나 새 산문집에 얽힌 얘기를 들려줬다. 책은 작가 자신의 개인사를 곁들여 가면서 사랑과 상처, 용서와 화해에 대해 말한다. “<상처 없는 영혼> 때와 소재나 주제는 비슷하지만, <상처 없는 영혼> 때는 상처 앞에 어찌 할 바를 몰랐다면 지금은 많이 어른스러워진 듯싶어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한다”고 작가는 말했다.

“농담 삼아 말하자면 저를 키운 건 팔할이 상처였어요. 워낙 예민한 성격인데다 개인적인 굴곡도 많았구요. 그렇지만 그 상처를 다만 개인적 불행이나 불운으로 치부하기보다는 나름대로 시대사와 함께해 왔던 데에서 비롯된 상처라는 점에서 일말의 자부심도 느낍니다. 독재를 상대로 한 싸움이라든가 여성으로서 겪는 고통 같은 게 그렇죠. 어쨌든 이런 상처를 치유하는 데 글을 읽고 쓰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제가 고른 시들과 그에 관해 쓴 제 글을 통해 위안과 힘을 받았으면 해요.”

‘J(제이)’라는 이니셜로 호칭되는 대상을 향한 편지글의 형태로 되어 있는 책의 본문은 가령 이러하다.

“죽음조차도 우리를 쉬운 용서의 길로 이끌지는 않는다는 것을 저는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인간의 기억이란 이토록 끈질기며 이기적이란 것도 깨달았습니다.(…)그러니 이제 내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때의 그와 그때의 나를 이제 똑같이 용서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똑같이 말입니다. J, 실은 그를 용서하는 일보다 나 자신을 용서하는 일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예감합니다.”

책의 제목은 아랍 시인 세 사람의 합동시집 <걸프만의 이방인>에 실린 이라크 시인 압둘 와합 알바야티의 연작시 <비엔나에서 온 까씨다들> 중 ‘외로움’의 첫 두 행에서 가져왔다. “아랍의 아픈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저항시들임에도 서정성을 잊지 않고 있는 점이 좋았다”고 작가는 말했다.


지난 주말 발표된 한국출판인회의 집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공지영씨의 두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종합 5위와 14위에 등재됐다. 종합 20위 안에 든 국내 소설은 이 둘뿐이었다. 각각 30만부와 20만부가 넘게 팔린 두 소설에 이어 초판 2만부를 찍었다는 새 산문집이 독서 시장에서 어떤 파괴력을 보일지 주목된다.

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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