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한 소설가 박태원(1909~1986·앞줄 가운데)이 1969년 음력 12월 7일 환갑을 맞아 가족·친지들과 함께 찍은 사진. 남쪽에 살고 있는 박태원의 차남 재영씨가 박태원의 친필 편지 등 다른 자료들과 함께 입수해 최근 공개했다.
북 행적 보여주는 가족사진·친필 편지 공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천변풍경> 등의 작품을 쓴 월북 작가 박태원(1909~1986)의 북한 내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사진과 친필 편지 등이 공개되었다.
남쪽에 살고 있는 박태원의 차남 재영(64)씨가 14일 공개한 자료들은 1969년 음력 12월7일 박태원의 환갑에 가족·친지들과 함께 찍은 사진, 동생 박문원 및 북쪽에서 결혼한 부인 권영희(1910~2001)와 함께 1965년 대동강변에서 찍은 사진, 박태원이 대하소설 <갑오농민전쟁>을 쓰느라 주을휴양소에 가 있던 1965년과 1967년 의붓딸 정태은씨에게 보낸 두 통의 편지, 자필 원고 <갑오농민전쟁>의 일부, 1973년 7월 실명 이후 원고 집필 때 사용했던 칸살이 있는 비닐 케이스 등이다.
특히 권영희가 월북 소설가 정인택과의 사이에서 낳은 의붓딸 태은(58)씨에게 보낸 편지는 박태원의 북한 내 생활상을 보여준다. 편지에서 박태원은 “얼른 끝을 내야 집에 돌아 갈 텐데 하고 원고지와 씨름이다”라고 써서 소설 집필을 위해 휴양소에 와 있음을 알게 한다. 또 “감기는 나았고, 스팀은 계속 들어온다. 물론 24시간 주는 건 아니나 조금도 춥지 않다(…)집에는 아직 스팀이 안 들어오고 또 전처럼 내가 붙어 있지도 않아 방이 써늘하겠다(…)조석으로 수돗물이나 제대로 나오는지”라는 대목에서는 가족들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박태원은 월북 후 1956년 권영희와 재혼했다. 권영희는 일제 시대 이상의 연인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결혼은 이상 및 박태원의 친구였던 정인택과 했다. 정태은씨는 현재 북쪽에서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권영희는 박태원이 실명해서 <갑오농민전쟁>을 집필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의 구술을 받아 썼을 뿐만 아니라 마지막 3부는 박태원의 구상을 토대로 직접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