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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명랑국토부] ‘물의 문학’ 공부하세요/우석훈

등록 2006-07-06 19:10수정 2006-07-07 14:47

우석훈/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우석훈/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물의 문학은 ‘지하대수층을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
공부 안한 사람들 건물 높이 올리기만 열올렸다 큰코
상하이 지반 꺼져 “지하수 채워라”-“ 대피시켜라” 논란
아파트가 무너지기전 ‘문학’에 심취해보시라
여기는 명랑국토부

이학에 속한 학문 중에 문학(文學)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달고 있는 학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지는 몇 년 안 된다. 물의 문학이라는 뜻의 ‘hydrology’를 우리말로는 수문학(水文學)이라는 아름다운 말로 번역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서 처음에 우리나라에 수문학을 도입한 학자들이 대단히 낭만적인 사람들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수문학 공부를 한 것은 정말 순전히 학문명이 아름다왔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서 땅의 학문이라는 뜻의 ‘geology’를 번역한 지질학(地質學)이라는 이름은 밋밋하기 짝이 없다. 역시 하늘의 문학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천문학과 어울렸다면, 하늘과 땅 그리고 물의 문학이라는 아름다운 체계가 될 뻔했는데, 아무래도 지질학을 우리나라에 도입한 사람들은 문학성이 좀 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그렇지만 지질학은 고고학과 연결되면서 사실상 고생태학이나 고지질학과 같은 역시 아름다운 학문의 체계를 펼쳐나갔다. 이학이라고 하면 줄기세포만 생각하는 이 시기에 한 쪽에서는 물의 문학과 땅의 문학 같은 걸 조용히 앉아서 공부하는 학자들을 보면 가끔 문학의 힘을 느끼기도 한다.

물의 학문과 땅의 학문이 만난 접경에 응용수문학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학문에서는 지하수를 다루고, 인간의 시간과 전혀 다르게 길게는 수 만년 짧게는 수 천년에 걸쳐서 천천히 형성된 지하대수층의 역사와 형성 그리고 압력조건과 안정화 조건 같은 것을 계산한다. 암반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지하대수층의 세계는 상상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사람들의 시간과 전혀 다른 또 다른 깊은 곳에 있는 땅의 공간을 흐르는 물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지역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30층에서 40층 이상 높이의 건물이 들어서면 이 지하대수층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지하대수층을 건드리게 되면 어느 정도의 규모에서 오염이 발생하고 또 어떤 영향이 지하생태계에 발생하게 될지 아직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래서 대부분의 응용수문학 교과서는 지하대수층은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는데, 문학도 거의 이해하지 못하던 초기 도시개발자들이 물의 문학과 땅의 문학을 이해하기는 너무 어려웠을 것 같기는 하다. 사람들이 지하대수층의 존재에 대해서 가끔 심각하게 생각하는 일이 있기는 한데, 그건 지반침하가 벌어져서 이미 잔뜩 세워놓은 건물들이 붕괴하게 될 때고 딱 그 경우에만 지하수에 대해서 고민을 시작한다.

지하대수층을 잘못 건드려서 곤란하게 된 도시가 최근의 상하이의 경우인데, 1년에 지반이 몇 센치씩 가라앉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임시정부 때문에 우리에게 익숙한 이 도시를 비롯해 최근 건물을 엄청 높이며 덩치를 키웠던 중국 도시들이 점차 지하대수층의 공포에 휩싸이면서 중국 이공계학자들이 다시 물의 문학을 열심히 하고 있는 모양이다. 다시 물을 채워넣으면 지반이 안정될 것이라는 주장과 그렇게 해도 결국 도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소개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팽팽한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하대수층을 건드리는 바람에 지반침하가 일어나 공사 중인 건물이 붕괴한 사고가 지방에서 이미 몇 번 벌어진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외국은 어떻게 할까? 유럽 대부분의 도시는 실질적으로 7층 이상의 건물은 올리지 않으므로 지하대수층과는 상관이 없고, 꼭 올려야 하는 경우에는 지하대수층에 대한 정밀조사로 영향평가와 회피방법에 대해서 다각도로 검토하고 올리게 되었다고 전해들은 바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별 대책은 없다고 한다.

지하수에 대한 기초조사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지하수가 오염된 대표적 도시인 평택에서 이루어진 적이 있는데, 서울의 경우도 아직 지하대수층까지 제대로 조사된 적이 없고, 물이 어떻게 움직이고 자리잡고 있는지 모르는 것은 다른 지방도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문학적 소양 없이 3년 전부터 죽어라고 건물을 올리는 우리나라의 지하대수층이 아마 지금 굉장히 위험할 것 같기는 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지하수법은 어떻게 되어 있는가? 공사중 발생하는 지하수의 ‘위생’과 ‘안전’ 정도가 법에 들어가 있고, 높은 건물과 터널에 대해서는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하고는 있는데, 이런 간단한 하나마나한 규정이 무서워 건물을 못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고, 지하대수층까지 포함한 지하수계에 미치는 영향 같은 것에 대해서 고민하는 경우는 사실 전무하다. 겁나게 건물을 올려서 자신들의 탐욕을 과시하는 것까지야 어차피 문학적 상상력이 없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서 “흉하다”고 한 마디 하고 지나가면 그만이지만, 발밑에 물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법으로 한 번 살펴보고 건물을 올리라고 하기는 해야 할 것 같다.

잠실 롯데월드에 제2 롯데월드를 “겁나게” 올린다고 하고 있는데, 지금은 하늘을 지키는 공군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지켜주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은 건설교통부가 지하수법을 정비하고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하대수층과 지하수영향평가를 통해서 했어야 하는 일을 지금 공군이 대신하고 있는 중인데, 교통영향평가도 집 짓는데 방해된다고 팽개쳐버린 건설교통부가 새삼 ‘물의 문학’을 공부할 것 같지는 않다. 자신들이 집 짓는데 전문가이고 세상에서 집을 제일 잘 짓는다고 자랑하기 전에 물과 땅 그리고 하늘을 문학적으로 살펴보는 잠깐의 낭만적 시간을 가져 준다면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언제 지하수가 꺼져서 자기 아파트가 무너져내릴지 불안에 떨진 않을 텐데.

집 짓기 전에 지하수 관리체계부터 정비하고, 지하대수층 보호방안과 영향평가하는 기본 틀부터 잡아야 할 것 같은데, 집 짓는 일에 푹 빠진 현 정부 재임기간에 건설교통부가 그런 새로운 ‘문학’에 심취할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선각자들이 ‘문학’이라고 이름을 붙였던가? 아름다운 마음을 갖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땅 속 깊이 흘러가는 물이 보이지 않아선가. 지하대수층이라고 불리는 수문학의 대상이 이제는 도시관리와 건설행정에서 포함되어야 할 순간이 왔다. 서울의 욕망이 이제 하늘로 폭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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