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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이영차~ 민족스포츠

등록 2006-08-24 20:02

한겨레원형질 민족문화상징 100
종주국으로서 기품 추스르자

인삼처럼 태권도 종주국도 한반도다. 그러나 인삼과 달리 태권도의 족보는 복잡하고 불투명하다. 박정희 시대 일본식 가라테와 결합하여 만들어진 ‘퓨전’이므로 우리 것이 아니란 주장도 난무한다. 스포츠계에서는 태권도가 인정받고,국가무형문화재 정책에서는 택견이 인정받고 있다. 택견 조차도 파벌이 너무 복잡하여 연일 소송중이며, 인터넷상의 논쟁이 그칠 새 없다. 북한과 남한의 태권도도 분단되어 있다.

아마도 이런 싸움은 끝도 없고, 영원한 승자도 없을 듯하다. 민중 스포츠로 이어진 만큼 국가가 공인한 공식적 계보가 존재할 수 없었다. 그러한즉, 태권도나 택견 논쟁은 이쯤에서 그만두어야 하지 않을까. 종주국답게 제대로 조직을 추스르고 기품 있는 민족 스포츠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다 공터에서 태권도를 하면서 한국말로 ‘하나 둘 셋’을 외치는 어린아이들을 보면서 드는 느낌은 싫지 않았다.

주몽 솜씨 이어받은 양궁선수들

은 또 어떤가? 오늘날 국궁은 우리끼리만 즐기는 스포츠로 잔류했지만, 양궁 선수들이 눈썰미 좋게 국제대회를 휩쓰는 것을 보면 국궁의 전통은 고스란히 이어지는 중이다. 본디 주몽이란 이름도 활 잘 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고구려나 발해 등은 일찍부터 활을 잘 만들고 잘 쏘았다. 수출 품목에도 올랐으니 당대 첨단무기로 돈을 벌어들이는 무기수출국가였던 셈이다.

활에서는 유목 민족 냄새가 난다. 우리는 농경 민족으로 잔류하면서 말 타고 호랑이 사냥하던 기백과 유목적 풍류를 잃고 말았다. 그나마 활 문화가 천년 이상 지속되고 있어 태곳적 건장한 사내들의 취미요 오락이요 국방력이었던 그 순간을 웅변해준다. 더군다나 옛적엔 여인들도 활을 즐겨 쏘았으니, 양궁을 쏘는 낭자들 팔뚝에는 동이족의 문화 유전인자가 흐르고 있는 셈이다.

신명 꿈틀대는 ‘동네 모래판’으로


씨름도 용케 살아남았다. 하지만 일본 스모가 세계적 선수들을 불러모으고 괴력난신의 묘기로 판을 장악한 데 반하여 우리 모래판은 조금 쓸쓸하다. 스모와 씨름은 출신 족보가 다르다. 국가주의 신도와 결합된 파시즘적 열광이라고나 할까, 짐짓 그런 냄새를 풍기는 스모에 비하면 씨름은 본디 서민적이다. ‘동네 장사’가 백중장터 씨름판에서 당당히 황소를 끌고 돌아오는 ‘민중영웅’의 출현 방식을 띠었기 때문이다.

장터 씨름판은 사라지고 약육강식의 승부 게임만 남은 것은 분명 씨름판의 진화일 수도, 왜곡일 수도 있다. 국가적 체급경기와 별도로 시골 장터의 씨름판, 동네 꼬마들 씨름판을 되살려야 하지 않을까. 씨름판의 흥겨움과 신명을 삶에 지친 서민들에게 되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막걸리라도 한잔 걸치면 용기를 내어 판으로 뛰어들고, 끝내 임꺽정 같은 장사를 만나서 ‘묵사발’이 되고, 덕분에 구경꾼들은 신명 나는 그런 ‘무모’한 동네 모래판 말이다. 민족스포츠의 생활화야말로 문화의 힘이리라.

독창성·주체성 갖춘 건강법 총화

인삼, 각종 민족스포츠 등이 문화상징에 포함되었다면 건강법을 총화한 책자 한권 쯤도 100선 반열에 올려둬야 하리라. 이제마의 사상의학을 압축한 〈동의수세보원〉 같은 책자도 소중하나 역시 독창성·주체성 등을 골고루 갖춘 〈동의보감〉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동의보감〉 역시 널리 알려진 만큼 잘못 알려진 대목들이 많아 오히려 ‘신성성’을 되찾아야 할 듯하다.

〈동의보감〉과 ‘대장금’으로 이어지는 한류는 하나의 연맥관계이리라. 대장금으로 알려진 이영애가 한국 인삼을 중국에 선전하는 모델로 뽑혔다는 사실도 그렇다. 9월22일부터 전북 금산에서 세계인삼엑스포가 열린다고 하니, 인삼, 활, 태권도 할 것 없이 종주국의 위엄과 자격을 만방에 고할 일이다.

주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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