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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금태섭 검사 번역 ‘세상을 바꾼 법정’

등록 2006-09-26 15:38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4부 금태섭 검사는 최근 '수사받는 법'을 일간지에 연재해 검찰 내부에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그는 미국과 같은 배심제가 내년 국내 시범 도입되는 것에 맞춰 4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주최로 서울중앙지법 민사대법정에서 열린 '국민 형사 모의재판'에 참가해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배심제를 연구중이다.

이처럼 배심제에 관심이 많은 금 검사가 배심제 하에서 이뤄진 변론과정과 판결을 실은 책 '세상을 바꾼 법정'을 번역, 출간했다.

캘리포니아주 차장검사인 마이클 리프와 페퍼다인 로스쿨 교수인 미첼 콜드웰이 쓴 이 책에는 재판 과정뿐 아니라 피고와 원고 측 변호인이 각자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펼친 변론과 판결 내용이 생생히 기록됐다.

1975년 '카렌 앤 퀸란의 안락사 논쟁'에 대해 법원은 "현실적으로 지각을 찾을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국가가 카렌에게 식물인간이라는 견디기 어려운 상태를 유지하라고 강제할 아무런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판결은 안락사를 희망하는 생전의 환자의 유언과 생명유지 장치를 거부하는 사전 지시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병원과 의료시설에 윤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해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됐다.

법원의 결정이 나오기까지 법정에서는 현대의학이 치료법을 주지 못하고 깨어날 가망이 없는 사람에게 생명을 억지로 연장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환자 측의 주장과 환자가 살아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는 주치의 측의 주장이 대립됐다.


책에 수록된 사례 가운데는 영화 등으로 잘 알려진 사건도 있다. 19세기 '아미스타드호 사건'에 대해 법원은 아프리카인들이 노예가 아니라 납치된 자유인이라면 이들의 인권도 보호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목에 쇠사슬을 채운 흑인 노예들을 태운 채 아바나 항구를 출발한 아미스타드호에서는 노예 선원들에 의해 선장이 살해되는 등 선상 반란이 일어났다.

이후 아미스타드호는 뉴욕항 인근에서 발견됐고, 배에 갇혀있던 스페인 사람들은 미 해안경비대 소속 함정인 워싱턴호 소속 군인들에 의해 구출됐다.

당시 아미스타드호 선장은 스페인인이었다. 스페인 측 변호사인 길핀 법무장관은 국가조약의 의무에 따라 스페인의 선박과 부속물은 자국인 스페인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고 아프리카인들을 변호한 미국 측의 존 퀸시 애덤스는 노예제도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인권을 강조했다.

'포르노 제국의 제왕' 래리 플린트는 자신을 '음란물 장사꾼'으로 몰아붙인 폴웰 목사가 화장실에서 어머니와 성관계를 맺는 내용의 패러디 광고를 잡지에 실었다. 폴웰 목사는 플린트의 행동이 '표현의 자유'를 남용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대법원은 '악의에 가득 찬 표현'은 매우 주관적 기준이고 이 표현만으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면 표현과 언론 자유에 지나친 제한이 된다고 판결했다.

금 검사는 역자후기에서 "재판은 정교하게 짜인 법 규정대로 진행되고 누구에게나 자신의 의견을 말할 기회가 주어진다"며 "다수가 반대하는 의견이거나 여론의 비난을 받는 행위를 한 사람이더라도 나름의 논리를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책은 특정한 편을 옹호하기보다는 피고 측과 원고 측이 각자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어떤 논거를 제시하고 논리를 전개하는지를 소개한다"며 "신념에 찬 법률가들의 논리 대결을 보면서 합리적 토론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궁리. 636쪽. 2만5천원.

김정선 기자 jsk@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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