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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친구들과 함께 졸업하고 싶어요”

등록 2006-10-26 22:27

희귀병 고3 문형석군 관련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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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 고3 문형석군 희망에 어머니 눈
아들이 다니는 부천 덕산고는 요즘 수시 2학기 합격자 발표로 바쁘다. 어머니 장덕순씨는 글자 하나하나 눌러가며 교장선생님께 편지를 쓴다. 아들을 모질게 괴롭혔던 ‘병력’을 복기하는 것이 무슨 죄를 짓는 듯하다.

신발주머니 하나도 버거운 초등학교 1학년. 밤톨 같은 예쁜 머리를 한 아들 형석이에게 병이 찾아왔다. 아니, 찾아온 게 아니었다. 근육이 기능을 상실하는 근이영양증에 걸렸다는 의사의 말은 벼락처럼 정수리에 꽂혔다.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의사의 말처럼 아들은 초등학교 4학년 두 발로 걷다가 휠체어로 몸을 옮겼다. 17~18살이 아이 인생의 끝이라 했다. 의사의 말이 이번에 틀리길 바랐다. 달력을 보지 않았다. 형석이는 속절 없이 18살 고3이 되었다. 지난 겨울 형석이는 나락 모르게 힘이 빠지더니 척추가 휘고 장기까지 누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숨이 짧아졌다. 아들은 “졸업한 뒤에 수술을 받고 싶다”고 졸랐다. 아들의 마음을 아는 어머니의 가슴 한쪽이 뭉턱 주저 앉는 듯했다. 짧은 쉬는 시간 쪼개가며 휠체어 밀어주고 식사를 도와주던 한희, 상이, 효승이 착한 친구들. 그 친구들과 함께 졸업하고 싶은 마음이 병으로 무뚝뚝한 아들의 얼굴에 묻어났다. 그러나 갑자기 사그러들지 모를 아들 걱정에 어머니는 “싫다”는 아들을 수술실로 밀어 넣었다.

회복이 더뎠다. 여름이 다 가도록 형석이는 학교에 가지 못했다. “한 학년 더 다니는 것도 싫다고 합니다. 친구들과 졸업하고 싶어 합니다.” 어머니는 그런 뜻을 교장선생님께 편지로 전했다. 그리고, 학교가 형석이를 끌어 안았다. “형석이의 가정학습을 인정하여 결석으로 인한 유급은 없을 것입니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형석이를 돕는 모금활동도 시작했다. 순식간에 220만원이 모였다. ‘함께 졸업하자’는 따뜻한 마음에, 어머니도 형석이도 분필 먼지를 마신듯 가슴이 먹먹해 왔다.

형석군의 담임인 조덕연 교사는 “졸업에 대한 희망이 생겨서인지 요즘은 자리에 앉을 수 있을만큼 회복됐다”며 “기적”이라고 말했다. 형석이는 수능시험도, 대학입학도 원하지 않는다. 졸업반 친구들과 스타크래프트를 다시 하고 싶을 뿐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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