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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미국 덕에 한민족이 행복하다고?

등록 2006-11-09 19:09

한승동의 동서횡단

‘예스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미국은 아베 총리의 민족주의를 환영해야 한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은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

앞은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 댄 블루멘털과 게리 슈미트가 최근 네오콘(신보수주의) 기관지 <위클리 스탠더드>에 기고한 글 제목이고, 뒤는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회장이 발표한 글이다. 미국 우익 보수주의, ‘민족주의(내셔널리즘)’를 대표한다.

1989년 일본 극우 민족주의자 이시하라 신타로(현 도쿄도 지사)와 소니의 모리타 아키오 회장 공저로 국제적 화제거리가 됐던 책은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었다. 89년이면 아직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맞기 전, 장차 일본이 미국에 이어 새로운 패권국가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난무하던 일본 거품경제의 최절정기였다. 일본경제는 85년 미국이 강요한 ‘플라자 합의’로 환율급락 폭탄을 맞은 직후 일시 휘청거렸으나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넘쳐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한 일본인들은 록펠러센터를 비롯한 미국 자산들을 무더기로 사들였다. 그 투기광풍은 결국 추락의 전조였지만 거품경제는 마지막 휘황한 불꽃을 사방에 흩뿌리고 있었다. 이시하라가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을 외친 것은 그런 시대상황을 배경에 깐, 일본 우익 민족주의세력의 미국에 대한 거부감의 표현이자 우월감과 자신감의 발로였다.

‘예스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은 그런 상황의 역전을 상징한다. 미국 우익 민족주의자들이 그런 표현을 즐기는 것은 그만큼 20년 전 일본에 당한 수모가 격심했다는 것이고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는 걸 반증한다. 한때 진보를 표방했던 미국 네오콘들의 우익 전향에도 그런 집단적 수모의 기억이 일부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이 미국에 매달리고 있다. 미국 우익들은 이제 자기들 뜻대로 요리할 수 있게 된 일본을 재무장시키기 위해 일본 민족주의를 노골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그들에게 한국은 ‘가장 도움이 안되는 동맹’이며, 특히 노무현 정권은 빨리 교체

돼야 할 저주스런 ‘친북좌파’요 ‘김정일 정권 2중대’쯤으로 자리매김된다. <위클리 스탠더드>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애국주의로 위장한 한국내 네오콘들이 그들과 혼연일체로 호응한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미국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영향력 있는 신문이다. 평일 발행부수 기준으로 미국 15위, 일요일 발행부수로는 5위를 자랑한다. 지난 5일 이 신문이 ‘주한미군 철수는 상상하기 어렵다’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필자 조너선 라스트는 미국에 대드는 한국이 정말 싫지만 ‘진짜 동맹’ 일본 대만 그리고 호주 등 미국에 충성하는 나라들의 이익을 위해 꾹 참고 주한미군을 그대로 둘 수밖에 없다고 썼다.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대한 불쾌와 한국인들에 대한 저주가 뚝뚝 묻어난다. 전형적인 네오콘 논리다. 같잖은 자료들을 동원해 한국인들을 은혜 모르는 배은망덕자들로 매도해대는 네오콘들의 과도한 자기애, 유치한 적반하장은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이젠 도가 지나쳐 역겹다.

정말 미국 덕에 한민족은 행복한가? 남한이 잘 먹고 잘 살게 됐다는 네오콘들 주장은, 한국의 근대화는 식민지배 덕이라거나 중국의 성공은 일본군의 대륙침략 덕이라는 일본우익 주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은 베트남이 경제적으로 성공하면 틀림없이 그것도 프랑스와 일본, 미국의 베트남 침공 덕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들이 잊거나 눈감고 있는 게 있다. 분단국민 대다수는 행복할 수 없다는 것, 미국이 한반도 비정상상태와 불행의 원인제공자라는 것, 그리고 남의 불행과 비정상상태를 동아시아 개입의 구실로 삼아 막대한 전략적 이익을 향유하고 있다는 것을.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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