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의 ‘이별가’
물속에 잠긴 퇴계의 ‘이별가’ 30년만에 햇빛
“그대 떠나니 이 봄을 누구와 보낸단 말인가(君去春山誰共遊)/새 울고 꽃 지니 물만 홀로 흐르네(鳥啼花落水空流)/오늘 아침 물가에서 그대를 보내노니(今朝送別臨流水)/어느 날 자네 보고프면 내 이곳 물가 다시 찾으리(他日相思來水頭)”
1562년 안동 예안 땅에 머물던 퇴계 이황이 자신의 집에 며칠 머물다 떠나는 제자 귀암 이정(1512-1571)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읊었다는 중국 당나라 때 유상의 7언절구다. 이 시는 유래와 함께 안동 도산서원에서 60여m 떨어진 선착장 바위(석간대)에 새겨져 있다가 안동댐이 준공되던 1976년께 수몰됐다. 하지만 최근 가뭄으로 댐 물이 줄면서 30년만에 다시 그 글의 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도산서원관리사무소 김준규씨는 “퇴계 선생이 읊었다는 시를 후대 사람들이 바위에 새겼다고 하는데 물에 잠긴 뒤 30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며 “제자와의 헤어짐을 아쉬워했던 선생 마음이 그대로 전해오는 듯 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원바위 10m 가량 위쪽에 안동시가 1974년 시를 탁본한 뒤 옮겨 새긴 것이다.
안동/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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