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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이야기꾼, 온몸으로 삶 풀어내다

등록 2006-11-14 20:05

백기완씨
백기완씨
백기완씨 다음달 대학로서 ‘창작발표 마당’ 마련
“오늘의 소설 형식이 있기 오랜 앞서부터 우리에게는 온몸으로 빚는 이야기 소설, 다시 말해 ‘말림’이란 것이 있어 왔습니다. 입으로 빚고, 몸짓으로 빚고, 눈물로 빚고, 아우성으로 빚고, 노여움으로 빚고, 노래로 빚는 ‘말림’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날은 그것이 뿌리째 뽑혀져 이름조차 사라져 가는 안타까운 판입니다.”

재야운동가 백기완(73·통일문제연구소장)씨가 ‘이야기 소설 창작 발표 마당’을 마련한다. 다음달 6일 저녁 7시 서울 대학로 소극장 ‘갈갈이홀’에서 이야기 소설 〈따끔한 한잔〉을 직접 구연해 보이는 것이다.

“예전에는 장마당 같은 데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이야기꾼들이 있었지요. 장꾼들이 둘러앉아서 이야기꾼의 이야기에 울고웃고 참견도 하면서 이야기와 한몸이 되곤 했어요. 그때의 이야기는 지금의 소설처럼 하나로 굳어진 모양새가 아니었습니다. 동네에 따라, 이야기꾼에 따라 같은 이야기라도 얼마든지 다른 모양이 되곤 했지요.”

백기완씨가 이야기 소설 창작발표회를 계획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일찌감치 1969년과 1970년 두 차례나 ‘말림’을 꾸리고자 했다. 그러나 1969년에는 박정희 정권의 삼선개헌에 반대하는 투쟁에 나서느라, 이듬해에는 노동자 전태일의 분신에 뒤이은 싸움에 매진하느라 번번이 기회를 놓쳤다. 당시 계획했던 ‘장산곶매 이야기’는 결국 활자와 책으로 바뀌어 독자를 만났다.

“이번에 준비하는 〈따끔한 한잔〉은 자본주의 물질문명이 한 착한 이를 어디까지 쭉쟁이로 만드는가 하는 것에 눈길을 준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어진이’는 평생을 착하고 올바르게 살고자 하지만 세상은 그를 내치고 패대기치고 짓밟기만 합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너무 극단적인 이야기라 할 수도 있겠고, 또 어떤 이는 그야말로 내 이야기다 싶기도 할 겁니다. ‘따끔한 한잔’이란 그렇게 만신창이가 된 어진이가 몸과 마음을 다독이느라 들이켜는 술 한잔을 가리킵니다.”

백씨는 “지금의 소설은 꾸밈새는 높지만 너무 심리 묘사 위주로 나아가서 현실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며 “오랫동안 무지랭이들의 삶 속에 굽이쳐 오던 ‘말림’이라는 틀을 더 늦기 전에 다시 살려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이야기 소설 창작 발표 마당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1시간30분 정도 걸릴 것으로 짐작하는 〈따끔한 한잔〉 발표 마당에 백씨는 전국노점상연합회 소속 노점상들과 고속철도(KTX) 해고 여승무원 100여명을 우선 초대했다. 나머지 100여자리의 ‘또아리’(좌석)에 대해서는 전화로 접수를 받는다. 참가비는 무료. (02)762-0017.

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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