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씨
공자에서 퇴계까지 ‘유림’ 6권 완간한 최인호씨
소설가 최인호(62)씨가 공자에서 퇴계 이황에 이르는 유교의 숲을 탐사한 장편소설 〈유림〉 (열림원) 전6권을 완간했다.
“인·의·예·지·충·효·경 같은 유교의 가르침은 낡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21세기에 필요한 덕목입니다. 수많은 학생들이 유치원 시절부터 오로지 1등이 되고자 경쟁하는 ‘난사람’의 사회가 아니라 저마다 자기 생긴 대로 사람 노릇을 하는 ‘된사람’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유교와 선비사상을 되살릴 필요가 있어요.”
〈유림〉 완간에 즈음해 16일 낮 기자들과 만난 작가 최씨는 유교 사상의 현대적 의의를 거듭 역설했다. 특히 유교의 비조인 공자와 한국적 유교 사상을 완성한 퇴계 이황을 ‘재발견’한 기쁨을 피력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예수와 부처, 공자 등 이른바 세계 3대 성인 중에서 공자가 가장 처진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나 부처와 달리 공자는 초월적 존재가 아니고 상갓집 개처럼 벼슬 자리를 얻고자 천하를 주유하였으니까요. 그러나 생각해 보면 공자야말로 결국 초월하지 못하는 우리 인간의 살아 있는 교범이 아닌가 싶어요. 공자는 철저한 현실주의자이며 동시에 이상주의자였습니다. 그토록 사람답게 살고자 애를 썼던 2500년 전 공자의 삶을 통해 오늘날 우리의 삶을 반성해 볼 만한 대상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그는 또 〈유림〉을 쓴 궁극적 목표는 조선의 위대한 사상가 퇴계 이황의 재조명에 있다면서 퇴계의 위대함을 힘주어 말했다.
“퇴계 하면 이기이원론이라는 건 교과서에도 나오는 공식이지만, 그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퇴계는 서양의 데카르트에 해당하는 위대한 인물입니다. 중국의 ‘이(理)’가 원리에 가깝다면 퇴계의 ‘이’는 바로 이성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이성을 가지고 있고, 그 이성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제어해야 한다는 게 이기이원론의 핵심이지요.”
인·의·예·지 등 유교이념 21세기에 중요
퇴계는 서양 데카르트에 버금가는 인물
원고지에 만년필 집필 “작가라 행복해” 경허 스님을 주인공 삼아 한국 불교의 맥을 짚은 〈길 없는 길〉(1993)에 이어 유교의 가르침을 소설로 옮긴 〈유림〉을 완성한 작가 최씨는 다음 작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다룬 소설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소설은 가톨릭에 귀의한 1987년부터 염두에 두어 왔습니다. 가톨릭에 귀의한 것이 저에게는 작가로서의 전환점이었어요. 세상에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깨달았지요.”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면서 등단한 작가는 “아직 컴퓨터를 배우지 못해 여전히 원고지에 만년필로 글을 쓰지만, 그럴 때마다 사랑하는 여인을 상대하고 있는 듯한 쾌감을 느낀다”며 “작가라서 행복하다”고 밝혔다. 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퇴계는 서양 데카르트에 버금가는 인물
원고지에 만년필 집필 “작가라 행복해” 경허 스님을 주인공 삼아 한국 불교의 맥을 짚은 〈길 없는 길〉(1993)에 이어 유교의 가르침을 소설로 옮긴 〈유림〉을 완성한 작가 최씨는 다음 작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다룬 소설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소설은 가톨릭에 귀의한 1987년부터 염두에 두어 왔습니다. 가톨릭에 귀의한 것이 저에게는 작가로서의 전환점이었어요. 세상에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깨달았지요.”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면서 등단한 작가는 “아직 컴퓨터를 배우지 못해 여전히 원고지에 만년필로 글을 쓰지만, 그럴 때마다 사랑하는 여인을 상대하고 있는 듯한 쾌감을 느낀다”며 “작가라서 행복하다”고 밝혔다. 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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