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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TV 주류음악 맞서 언더음악 ‘우뚝’

등록 2007-01-21 16:54수정 2007-04-17 11:54

1985년에 나온 들국화 1집으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전인권(보컬, 기타), 조덕환(기타, 보컬), 최성원(베이스, 보컬), 허성욱(피아노, 신시사이저, 보컬).
1985년에 나온 들국화 1집으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전인권(보컬, 기타), 조덕환(기타, 보컬), 최성원(베이스, 보컬), 허성욱(피아노, 신시사이저, 보컬).
한국 팝의 사건·사고 (83) 들국화
이쯤에서 1985년을 한번 정리해보자. 전영록의 <불티>, 구창모의 <희나리>, 이선희의 <아! 옛날이여>, 김범룡의 <바람 바람 바람>,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 나미의 <빙글빙글>, 송골매의 <하늘나라 우리님> 등이 그해 남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무엇보다 ‘여전히’ 조용필이 압도한 해였다. 그는 상반기에 젊은 감성의 7집으로 <어제 오늘 그리고> <미지의 세계> <여행을 떠나요>를, 연말에 성인 취향의 8집을 내놓아 <허공> <그 겨울의 찻집>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인기 순위 최상위권에 올리며 고공비행을 계속했다.

하지만 1985년은 조용필로 상징되는 ‘텔레비전 중심의 주류 가요’가 강력한 대항마를 만난 해이기도 하다. 뒤에 ‘언더그라운드’라고 통칭된 음악 흐름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들국화가 데뷔한 해인 것이다. 그해 9월 발매된 들국화의 데뷔 음반은 수십 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기적적인 성공이었다. 가장 중요한 홍보수단인 텔레비전을 배제하고 일궈낸 성과였기 때문이다.

들국화의 데뷔 음반이 비틀스의 마지막 정규 음반 의 커버 디자인을 차용한 점은 이들의 음악적 자양분의 일단을 보여준다. 이를 록 음악 또는 (당시 어법대로) 그룹사운드 음악이라고 불러도 무리는 없다. 고려대 그룹사운드 출신인 조덕환, 처음엔 세션으로 참여했으나 나중에 정규 멤버가 된 주찬권의 존재라든가 이 음반이 한국 록 명반으로 빠짐없이 거론되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다른 한 축이 포크라는 점도 사실이다. 전인권이 포크 그룹 따로또같이 출신이란 점을 들지 않더라도 포크는 <세계로 가는 기차> <매일 그대와> 등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 1975년 대마초 파동 이후 소원해진 록과 포크의 소통을 다시 끌어냈을 뿐 아니라 뛰어난 합일을 이루어낸 점은 이 음반이 맺은 중요한 결실 중 하나다.

조용필과 비교할 수는 없겠으나 들국화 역시 까까머리와 단발머리 중학생부터 30대 장년층까지, 무난한 감성을 가진 이들부터 주류 음악에 비판적인 학생운동 진영까지 여러 세대와 층의 지지를 받았다. 이는 들국화의 음악이 록과 포크를 축으로 하지만 여러 스타일을 아울러 다채로운 음악 스펙트럼을 화학적으로 결합했다는 점, ‘중고 신인’이었던 멤버들이 경험을 살려 질박하면서도 세련된 팝 감각을 맵시있게 펼쳤다는 점에 기인한 바가 크다. 삶의 비루함과 갑갑함을 알고 있는,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낙관적 의지를 갈무리한 <행진>과 <그것만이 내 세상>이 첨단의 질감이 아니었음에도 당대 청(소)년들의 송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맥락에서다.

이른바 신촌 언더그라운드(또는 동아기획 사단)의 조류에 햇볕을 비춘 견인차였던 들국화 1집은 가요를 경원시하고 영미권 팝 음악에 경도되어 있던 층에 ‘들을 만한 가요 음반’, 나아가 ‘소장할 만한 가요 음반’의 가치를 알린 시발점이 되었다. 무엇보다 메이저 음반사나 기획사를 통해 데뷔해 텔레비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성의 길이 아니라 ‘다른 길’, 그러니까 음반의 음악적 완성도와 부단한 라이브를 통한 직접적 소통이 가능하고 또 이를 선도적으로 실천했다는 데 들국화와 이 음반의 결정적 가치가 있다.

이용우/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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