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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민족문학작가회의, 이름 바꾸기 추진

등록 2007-01-24 18:03

 작가회의 모태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는 군부독재의 탄압 속에서도 생명을 유지해왔다. 1979년 양심범을 위한 문학의 밤.
작가회의 모태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는 군부독재의 탄압 속에서도 생명을 유지해왔다. 1979년 양심범을 위한 문학의 밤.
27일 총회서 ‘민족문학’ 빼기 여부 결정키로
“국제교류 활발…극우 민족주의 오해있어”
민족문학작가회의(약칭 작가회의·이사장 정희성)가 명칭 변경을 추진한다.

작가회의는 오는 27일 오후 3시로 예정된 총회에서 현재의 이름에서 ‘민족문학’을 빼고 ‘작가회의’ 등으로 바꾸기로 하고 회원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김형수 작가회의 사무총장은 24일 “명칭 변경에 회원 다수가 동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최종적인 결정은 총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총회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면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않고 명칭 변경 자체를 유보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197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로 출발했다가 1987년 9월 현재의 이름으로 바뀐 작가회의가 20년 만에 단체 이름에서 ‘민족문학’을 빼기로 한 것은 국제적 교류가 활발해지고 한국문학에 대한 나라 안팎의 기대와 요구가 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사무총장은 “1990년대 이후 해외 문인단체 등과 교류가 잦아지면서 단체 이름에 ‘민족’이 들어간 데 대해 극우 민족주의 성향이 아니냐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면서 “젊은 문인들 역시 지나치게 ‘깃발을 앞세우는’ 이미지보다는 건강하고 의미있는 문학을 두루 포괄하는 쪽으로 이름을 바꾸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특히 “작가회의가 사실상 한국문학의 중심을 형성하고 있음에도 단체 이름 때문에 소수 정치 성향의 문인 집단으로 오해를 받고 있는 점이 문제로 제기되었다”고 덧붙였다.

2003년 황석영씨 등 민족문학작가회의 소속 문학인들이 종묘공원에서 이라크전 파병반대 집회를 마친후 세종문화회관 앞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이정용기자
2003년 황석영씨 등 민족문학작가회의 소속 문학인들이 종묘공원에서 이라크전 파병반대 집회를 마친후 세종문화회관 앞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이정용기자
이에 따라 작가회의는 27일 총회에 명칭 변경 문제를 회부하기로 하고, 지난 연말 각 위원장과 지부·지회장에게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줄 것을 요청하는 문건을 보냈다. 작가회의는 27일 총회에 앞서 집행부 회의와 이사회를 차례로 열어 이렇게 수렴된 회원들의 의견을 토대로 총회 방향을 조율한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새 이름은 ‘작가회의’ ‘한국작가회의’ ‘한국문학작가회의’ ‘한국어문학작가회의’ 등이며 이 중 ‘작가회의’ 쪽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회의 경우에는 그동안 ‘광주전남작가회의’ ‘울산작가회의’ 등으로 불려 왔으므로 어떤 식으로 개칭되어도 큰 문제는 없다는 게 작가회의 쪽의 판단이다.

명칭 변경이 대세라고는 해도 회원들 사이에 반대 의견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작가회의의 탄생 배경을 이루는 역사적 맥락과 실천 지향성, 그리고 민족 분단의 엄연한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사무총장은 “지난해 10월 남북한과 해외 문인을 포괄하는 6·15민족문학인협회가 결성됐으므로 ‘민족문학’이라는 이름은 그쪽에 주고 우리는 전체를 포괄하려는 의지를 갖자는 것이 명칭 변경의 취지”라면서 “그렇지만 작가회의 안에 민족문학연구소와 통일위원회, 그리고 자유실천위원회를 존속시키는 데서 보듯 자유실천과 민족문학은 우리 단체의 양대 정신이므로 결코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명칭 변경과 관련해 작가회의 상임고문인 문학평론가 백낙청씨는 “총회 결정에 따르겠다”는 말로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등의 저서를 통해 민족문학 이념을 주창해 온 백씨는 지난해 초에 낸 평론집에 <통일시대 한국문학의 보람>이라는 제목을 붙여 ‘민족문학’에서 ‘한국문학’으로 미묘한 중심 이동을 보인 바 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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