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명칭 변경을 주요 안건으로 다룬 민족문학작가회의(이하 작가회의)의 27일 총회는 작가회의가 현재 안고 있는 문제가 두루 불거져 나온 자리였다.
작가회의 집행부는 애초에 △‘민족문학’이라는 명칭 때문에 국제 무대에서 극우 민족주의로 오해받는 사례가 적지 않고 △국내적으로도 소수 정치 편향 문인 단체로 치부되는 문제가 있으며 △새로운 세대 작가들이 경직된 단체명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등의 이유로 명칭 변경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격렬한 토론 끝에 집행부의 명칭 변경 방침에는 일단 제동이 걸렸고, 집행부는 ‘불신임’을 거론하면서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회의장은 예년에 비해서도 성황을 이루었으나, 총회 참석자들은 대부분 40대 이상의 장년층 회원들이었다. 현재 한국문학의 중추를 이루는 70년대생 이하 젊은 문인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작가회의도 세월을 따라 늙어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이번 명칭 변경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한 것이 작가회의 내 젊은 회원들의 모임인 ‘젊은작가포럼’이라는 점은 이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명칭 변경에 찬성하는 일부 회원이 다른 문인단체를 거론하면서 ‘경로당’ 운운한 것이 반드시 남의 문제만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정희성 이사장은 “작가회의의 정체성을 새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총회를 평가했다. 그러나 김형수 사무총장은 “오늘 토론 광경을 보고서 젊은 작가들이 작가회의를 떠나갈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민족’의 가치를 지키면서 동시에 ‘민족’이라는 규정에 부담감을 느끼는 젊은 작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고도의 지혜가 필요해 보였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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