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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세련된 한국적 발라드의 황금기 열어젖혀

등록 2007-02-04 22:47수정 2007-04-17 11:53

사진 / 작곡가 이영훈과의 합작을 통해 발라드의 황금기를 열어젖힌 이문세의 3집
사진 / 작곡가 이영훈과의 합작을 통해 발라드의 황금기를 열어젖힌 이문세의 3집
한국 팝의 사건·사고 (85) 가수 이문세와 작곡가 이영훈 콤비
발라드라는 ‘한국적’ 양식을 세련되게 만든 주인공을 들라면? 가수 이문세와 작곡가 이영훈 ‘콤비’를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1980년대 중반 발라드를 확고한 대중음악 양식으로 만든 주인공들이다. 단언컨대, 이영훈 없는 이문세, 이문세 없는 이영훈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으리라.

이영훈을 만나기 전까지 이문세는 가수보다는 디제이 겸 엠시로 알려졌다. 시비에스 라디오의 청소년 프로그램 ‘세븐틴’에서 디제이로 발탁된 후, 많은 라디오 프로그램의 디제이를 거친 뒤, 1983년에는 문화방송의 ‘영 일레븐’ 엠시로 전격 기용되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그를 ‘역대 최고 디제이’로 기억하는, 엠비시 라디오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별밤지기’를 1985년부터 11년 넘게 맡으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이영훈을 만나기 전, 이문세가 비록 수년간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하고 두 장의 앨범을 발표했어도, (이영훈의 회고를 빌리면) ‘어느 노래는 송창식 같고, 어느 노래는 나훈아 같을’ 뿐이었다. <나는 행복한 사람>(1981)과 <파랑새>(1984)가 어느 정도 알려지기는 했지만, 그가 유려하면서도 유기적인 작품집을 낸 건 이영훈과 처음 합작한 3집(1985)부터였다.

편곡자 김명곤도 이들의 공조자였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단아하면서도 클래시컬한 이영훈의 곡에, 색소폰과 클라리넷 같은 관악기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같은 현악기 등이 다채롭게 편성되어, 풍성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앙상블이 탄생했다. 이들은 팝, 재즈, 포크 등 여러 양식들을 자양분 삼아 발라드의 황금기를 열어젖혔다. 참고로 3집의 포크적 질감은 <야생마> <혼자 있는 밤, 비는 내리고> 등 이정선의 작·편곡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 서정시와 산문시를 적절히 버무린 듯한 이영훈의 가사가 격조를 더했다. 구체적인 스토리와 섬세한 묘사는 절제되고 정제된 슬픔과,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회한을 획득했다. 과잉되지도, 무미건조하지도 않으며, 적당히 낭만적이고 적당히 감상적이다. ‘세월이 흘러가면 어디로 가는지 나는 아직 모르잖아요’(난 아직 모르잖아요)처럼 인생사를 아우르는 화두도, ‘그날은 지나가고 아무 기억도 없이 그저 그녀의 웃음소리뿐’(그녀의 웃음소리뿐)처럼 담담한 회상도 담겨 있다. 이러한 나직한 읊조림은, 후렴 부분(전자는 ‘혼자 걷다가 어두운 밤이 오면’, 후자는 ‘하루를 너의 생각하면서’)에서 절정부로 흘러간다. 한때 성악가 지망생이었던 이문세의 보컬은 힘있고 낭랑하게 뻗어가면서도, 독특한 그만의 ‘꺾기’가 인상적으로 전개된다.

<사랑이 지나가면> <그녀의 웃음소리뿐> <이별 이야기> 등이 실린 4집(1987)과 <시를 위한 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등이 실린 5집(1988)에 이르면 이문세와 이영훈(나아가 김명곤)의 공작은 정점에 달한다. 이것은 뒷날 ‘변진섭-신승훈-조성모’로 이어지는 발라드 계보를 이룩하면서 여고생과 여대생 등 소녀·여성 취향의 팬덤까지 형성했다. 이영훈과 이문세 콤비 외에도 지근식·하광훈과 변진섭, 윤상과 강수지 등이 발라드 작곡가와 가수의 공조 시스템이 성공한 사례가 될 것이다.

최지선/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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