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한국어 배우는 학생 많은데…
제대로 번역된 소설 없어 나섰어요”

등록 2007-02-12 17:31수정 2007-02-12 19:07

일본어판 ‘조선근대문학선집’ 시리즈를 기획한 호테이 도시히로 와세다대 교수(왼쪽)와 오무라 마쓰오 와세다대 명예교수.
일본어판 ‘조선근대문학선집’ 시리즈를 기획한 호테이 도시히로 와세다대 교수(왼쪽)와 오무라 마쓰오 와세다대 명예교수.
한국근대문학 번역한 와세다대 교수들
장편소설 중심 학교교재 목표
제작비 제공 하고도 재정 부족
“번역보다 정본확정이 시급”

한국 근대문학의 대표작들을 일본어로 옮기는 체계적인 작업이 진행 중이다. 오무라 마쓰오 와세다대 명예교수와 호테이 도시히로 와세다대 교수(국제교양학부)가 기획·편집을 맡은 ‘조선근대문학선집’ 시리즈가 그것이다.

오무라 교수는 중국 연변의 윤동주 묘를 처음으로 확인한 이로, 일본 내 한국문학 연구의 대부로 일컬어진다. 호테이 교수는 김윤식 교수의 방대한 저작 목록을 최초로 완벽하게 정리함으로써 국내 학자들을 부끄럽게 만든 일화로 유명한 이다. 이달 하순 서울대 졸업식에서 <초기 북한 문단 성립 과정에 대한 연구 ­ 김사량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지난 2002년 호테이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된 조선근대문학선집 시리즈에는 두 사람의 기획자를 포함해 일본 내 한국 현대문학 전공자 대다수가 참여한데다 일본 굴지의 출판사인 헤이본샤를 출판 파트너로 삼음으로써 명실공히 일어판 한국 문학 선집의 결정판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5년 11월 이광수의 <무정>(하타노 세츠코 니가타단기대학 교수 옮김)이 첫권으로 나온 데 이어 강경애의 <인간문제>(오무라 마쓰오 옮김)가 지난해 5월에, 그리고 합동 소설집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시라가와 유타카 규슈산업대 교수 등 옮김)이 9월에 나왔다. 호테이 교수가 번역을 맡은 채만식의 <태평천하>가 올해 5월에 나올 예정이며, 염상섭의 <삼대>, 이기영의 <고향>, 두 권으로 축약한 홍명희의 <임꺽정>, 그리고 김동인 단편집과 시선집 등을 포함해 모두 16권으로 2009년 말 완간될 예정이다.

“그동안 일본어로 번역된 한국 문학 작품은 주로 단편소설들이었습니다. 그나마 비전공자들이거나 일본어에 서툰 한국인들이 번역한 것이 대부분이었고 중역도 많았죠. 이광수의 <무정>조차 제대로 번역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저희는 장편소설들을 중심으로 한국 근대문학의 일본어판 결정본을 만든다는 각오로 번역에 임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도쿄에서 만난 두 기획자의 말에서는 학자로서의 사명감과 아울러 자부심도 넘쳐났다.

“꼭 한국문학 전공자는 아니더라도 한국학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 한국과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데 소설 읽기는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그동안은 제대로 된 일본어 텍스트가 많지 않아 애를 먹었지요. 이번 선집 발간은 학교에서 쓸 교재를 저희 스스로 마련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조선근대문학선집’ 1차분 세 권 <무정>(이광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박태원 외) <인간문제>(강경애)(왼쪽부터)
‘조선근대문학선집’ 1차분 세 권 <무정>(이광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박태원 외) <인간문제>(강경애)(왼쪽부터)
이즈음 한국에서 일본 소설들이 이상 열기를 띠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본 내에서 한국문학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극히 미미하다. 해방 이전 작품들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사정을 반영하듯 이번 선집 출간은 번역자들 쪽에서 한 권당 200만엔씩의 제작비를 출판사에 제공하는 조건으로 성사되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어느 일본 여성이 상당액을 희사해서 우선은 작업에 착수했지만, 16권이 모두 차질 없이 발행되기 위해서는 한국 쪽의 지원이 절실한 형편이다. 두 사람은 이에 따라 다음달께 한국문학번역원에 지원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가 근무하는 와세다대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모두 1700명이 넘는데 전임 교수는 달랑 저 한 사람입니다. 2년 임기인 한국인 객원교수가 두 사람 있고, 나머지는 시간강사들이죠. 한국 정부나 기업 쪽에서 교수 충원이나 한국문학과 개설을 위한 지원을 해 주었으면 합니다.”

이와 함께 이들은 한국 쪽 연구자들과 출판사들이 한국문학의 정본 확정에 조금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가령 윤동주의 시집이 그동안 수십 수백 종이 나왔을 텐데 그 가운데 윤동주 자신이 남긴 육필 원고와 일일이 대조를 하고 낸 게 몇 권이나 될지 의심스럽습니다. 윤동주만이 아니죠. 번역을 걱정하기에 앞서 한국어로 된 정본을 확정하는 게 우선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도쿄/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