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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도박’ 프리즘 통해 세상을 보다

등록 2007-02-27 17:47

신경진씨
신경진씨
‘슬롯’으로 세계문학상 수상한 신경진씨
“소설 위기 재미로 돌파하겠다”

“카지노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카지노에 가는 사람들은 게임이 공정할 것이고 자신이 승자가 될 수도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가지만, 결국은 대부분이 패배자가 됩니다. 카지노를 정말로 즐기는 이들은 그것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뿐이죠. 우리 사회의 모습 역시 비슷합니다. 가난하고 힘 없는 이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시스템을 움직이는 주류 사회에 편입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런 문제점을 이 소설에서 다뤄 보고 싶었습니다.”

장편소설 <슬롯>(문이당)으로 1억원 고료의 제3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신경진(38)씨. 그는 제목과 달리 이 소설이 ‘도박에 관한 소설’은 아니라고 말했다. “도박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우리 사회를 말하고자 할 뿐”이라는 것.

<슬롯>은 주인공 남자가 옛 애인과 함께 강원도 정선의 카지노 도박장에 가 엿새 동안 머물면서 도박을 하는 이야기를 기둥 줄거리로 삼는다. 주인공이 도박장을 찾은 것은 10억원을 써버려야 한다는 옛 애인의 권유에 따른 것일 뿐, 그 자신은 돈을 따거나 잃겠다는 특별한 의도는 없다. 그 때문에 소설은 주인공의 눈에 비친 카지노의 풍경을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데에 치중한다. 알 수 없는 충동에 몰려 도박에 ‘올인’하는 중독자가 아니라 그런 이들을 지켜보고 그에 대해 논평하는 관찰자의 태도가 소설을 끌어 간다.

“저 역시 호기심 때문에 한동안 정선 카지노에 드나들었지만, 크게 따거나 크게 잃지는 않았습니다. 돈이 많이 오가는 블랙잭이나 바카라 같은 게임은 못 해 봤거든요. 처음부터 소설을 쓰기 위한 취재로서 간 건 아니었는데, 몇 번 드나들다 보니까 ‘이게 소설이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지은이 신씨는 한국외대 헝가리어과를 졸업하고 캐나다에서 영문학과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했다.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2003년 초,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은 로또와 대박 열풍에 미쳐 돌아가는 땅이었다. 잃을 게 분명한데도 ‘한 탕’을 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비극적 세태는 소설 <슬롯>의 배경 인물들을 낳았다.

작가는 90년대 말 한 지방신문 신춘문예 최종심에 올랐던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문단 경력이 없는 ‘진짜 신인’이다. 그는 현재 일본 소설들에 독자를 빼앗기고 있는 한국 소설의 위기를 ‘재미’로써 돌파해 보고자 한다.

“지금의 우리 소설은 너무 무겁고 재미가 없어서 독자들이 외면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문학은 너무 ‘작가 중심’인 것 같아요. 저부터가 재미 없는 소설은 보게 되질 않습니다. 예술영화도 안 보는데요, 뭘.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재미있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문이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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