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시인
‘이메일 배달 1년’ 묶어 낸 문학집배원 도종환 시인
“일주일에 시 한편 읽는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잠자는 시간까지 부족한 바쁜 세상에서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면 비 오는 날 비에 관한 시를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의 삶의 질은 차이가 크게 날 겁니다.”
지난해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1년 동안 월요일마다 시 한편씩을 이메일로 배달했던 도종환(53) 시인이 그동안 배달했던 시를 책으로 묶어 냈다. <문학집배원 도종환의 시배달-꽃잎의 말로 편지를 쓴다>(창비)의 출간을 기념해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시를 읽고 독자들이 보낸 답메일을 보면 정서적으로 극명한 울림을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어버이날 한 독자가 ‘시를 들려줬더니 엄마가 울었어요’란 메일을 보낸 걸 보고 문학이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고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사업추진위원회에서 시작한 ‘문학집배원 도종환의 시배달’은 지난 1년 동안 온라인의 30만 독자들에게 도 시인의 ‘울림’을 배달했다. 도 시인은 “대구교육청에서는 2만명이 시를 배달받아 학생들과도 함께 감상했다”며 “수치상으로는 30만명이지만 이렇게 시를 나눈 사람들을 생각하면 실제로는 더 큰 울림”이라고 했다.
시집에는 도 시인이 직접 고르고 해설을 붙여 보냈던 시인 52명의 시 52편이 실려있다. 김선우·이원규·김사인·정우영 시인 등 자신의 시를 직접 낭송한 15명 시인과 아나운서, 연극배우 등의 시낭송을 듣고 그동안 제작된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시디도 함께 나왔다.
도 시인은 지난 1989년 전교조활동으로 해직된 지 10년만에 복직해 부임했던 충북 진천 덕산중학교에서도 월요일 아침마다 시를 프린트해 담임 선생들한테 나눠줘 학생들이 읽게 했던 ‘시 배달부’ 인연이 있다.
그는 “처음에 5000명에서 시작해 독자들이 30만명까지 많아지는 걸 보니 그냥 가만히 앉아서 사람들이 시 안 읽는다고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도 사람들이 시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획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학집배원 코너는 얼마전 안도현 시인과 성석제 소설가가 바통을 넘겨받아 이어가고 있다. 안 시인은 월요일마다 시 한편을, 성 소설가는 목요일마다 문장을 골라 신청자들에게 배달한다. for-munhak.or.kr에서 신청할 수 있다.
글·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사진·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사진·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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