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
네이버 블로그에서 ‘촐라체’ 연재…“인터넷엔 정통글도 필요”
소설가 박범신(60·사진)씨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소설을 연재한다.
박씨는 10일부터 매주 월~금요일, 네이버 블로그(blog.naver.com/wacho)에 ‘촐라체’라는 제목의 소설을 연재하기로 했다. 한 회당 분량은 원고지 10장이며, 내년 1월까지 5개월 동안 연재된다.
‘촐라체’는 2005년 1월 히말라야 촐라체봉(6440m)에서 조난당했다가 살아 돌아온 산악인 박정헌·최강식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두 사람이 서로 로프를 연결한 채 하산하던 중 최씨가 빙하 틈에 빠지자 박씨는 로프를 끊지 않은 채 최씨가 빙벽을 기어 올라오도록 도왔다. 구조 뒤 두 사람은 손가락과 발가락 대부분을 잘라내야 했다.
박범신씨는 9일 “극한상황에 처한 두 사람의 강한 생존 의지를 남성적 필치로 그릴 생각”이라며 “현대 사회에서 나긋나긋해진 남성들의 잃어버린 야성을 소설을 통해 회복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조정래·김훈씨 등과 함께 아직도 원고지에 펜으로 글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메일도 쓰지 않아 팩스를 통해 원고를 보내곤 하는 그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소설을 연재한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인터넷은 물론 젊은이들의 공간이고 젊은 색채의 글들이 넘쳐납니다. 그중에는 악성 댓글도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인터넷에도 정통적이랄까 모범적인 글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글이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 사이의 소통과 화합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평소 ‘영원한 청년 작가’를 자처하며 젊은 후배들과의 술자리에도 적극적인 그가 인터넷이라는 젊은 매체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네이버 쪽은 “독자와 작가가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지원하고, 이용자에게 소설과 관련한 멀티미디어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기존 인쇄 매체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디지털 글읽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로그 주소 ‘와초’는 80년대 박씨의 베스트셀러 소설 〈풀잎처럼 눕다〉를 한자 식으로 표현(臥草)한 것이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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