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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창극 ‘춘향’ 공연 앞둔 주역 박애리-이자람 씨

등록 2005-04-05 17:56



“쾌걸춘향 저예요, 저”

김연수 창본 주요부분 발췌
‘수절의 상징’ 낡은 껍질 벗겨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책임
깨어있는 신세대 여성 전형”

춘향이 신화의 낡은 껍질이 벗겨진다. 지고지순한 열녀와 수절의 상징이었던 춘향이 주관이 뚜렷하고 개성있는 신세대 여성으로 거듭난다.

“예전에는 절개나 정조가 여인의 상징이었고 결혼 상대도 부모님의 뜻에 따라야 했지만 지금은 아니잖아요. 평생 함께 할 내 사람인데 내가 선택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보면 춘향은 참 적극적인, 흔히 말하는 신세대 여성이죠.”(박애리)

“조선시대에서도 그렇게 자립적이고 깨어있는 여성의 모습을 발견하게 돼 기뻐요. 춘향이 사랑을 선택할 때도 그렇지만 이도령으로부터 이별을 통고받고도 애써 마음을 추스르며 자신이 기다리겠노라고 꿋꿋하게 먼저 말하잖아요. 왜 춘향이 수절을 했는지 그 까닭을 알겠더라고요”.(이자람)

국립창극단(예술감독 안숙선)이 9일부터 1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올리는 창극 <춘향>(연출 정일성·작곡 한상일) 공연을 앞두고 지난 4일 연습실에서 두 신세대 춘향 박애리(28·국립창극단원·사진 오른쪽)씨와 이자람(26·국악극단 타루 대표)씨를 만났다.

박애리는 국립극장 총제극 <우루왕>의 바리공주, 창작 창극 <제비>의 제비 역을 맡은 국립창극단의 기대주이며, 이자람은 1999년 <춘향가> 8시간 완창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던 국악계 유망주로 네살 때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를 불러 인기를 모았던 주인공이다.

두 소리꾼은 “예전에는 <춘향전>의 이별 장면이나 변학도의 수청을 거절하는 장면을 무심코 흘러넘겼지만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춘향의 수절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있는 선택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그동안 춘향의 소극적인 이미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오히려 적극적이고 개성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돼 춘향의 역할을 연습하면서도 마음이 편하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창극 <춘향>은 20여 가지 춘향전 판소리본(창본) 가운데 김소희 창본과 강산제 보성소리제를 바탕으로 하고 여기에 김연수 창본의 주요 부분을 발췌했으며 여러 이본(소설본)의 주요 부분을 참조해 작가 조영규(38)가 새롭게 구성했다.

특히 김연수의 동초본은 월매의 승인이 있은 후 합방하는 기존의 <춘향전>과 달리 춘향과 몽룡이 먼저 ‘눈이 맞아’ 합방한 뒤, 다음날 월매에게 들키자 사후 혼인을 승인받는 등 당돌하리만큼 주관이 뚜렷한 춘향의 모습이 담겨있다. 심지어 월매에게 꾸지람을 받자 춘향이 “규중처녀로 태어나 서방 될 이가 어떠한 줄도 모르고서 시집갔다가 평생 신세 그르치면 오죽 원통하겠소.… 제 눈에 드는대로 제가 보아, 도련님 같은 귀공자를 가릴 수 있어 천만다행이오”라고 응수한다. 또 첫날 밤 몽룡이 “오늘 저녁 연분 맺어 백년해로하여 보자”고 말하자 춘향이 “허면, 도련님이 먼저 벗으시오”라고 요구한다.

박애리씨는 “춘향이 이도령을 꾀여 신분상승을 노렸다는 해석도 있지만, 춘향은 처음부터 이도령의 프로포즈를 거절했다. 단지 신분상승을 꾀했다면 그토록 고초를 겪으면서도 변학도의 수청을 거절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춘향이가 옥에 갇혔을 때 이도령이 거지 꼴로 찾아와도 박대하지 않고 월매에게 ‘잘 되어도 내 낭군, 못 되어도 나의 낭군. 어머님이 정한 배필 좋코 그르고 웬 말이요?’하고 타이르며 자신이 선택한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주제적인 여성의 모습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이자람씨는 두 사람이 사랑하기에는 열여섯 나이는 너무 이른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어렸기 때문에 두 사람은 마음이 가는대로 진실한 사랑을 했고 그런 절절한 사랑을 지켜냈다. 좀더 나이가 들어 만났더라면 신분이나 관습에 얽매여 관념적이고 겉치레로 ‘잠시 풍정으로 장난을 하셨다가 마음이 변하여 그만 버리는’ 데에 그쳐버렸을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두 사람은 “판소리 창극이 소수의 마니아들이 좋아할 뿐 일반 대중에는 조금의 거리가 있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 거리를 줄여서 관객이 극을 잘 이해하고 빠져들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안숙선 예술감독과 왕기석 명창이 도창으로 나서서 극을 이끌어 나가며, 몽룡 역에 왕기철(45)·남상일(26)씨를 비롯해 변학도 역 윤석안·주호종씨, 월매 역 김경숙·김금미씨, 방자 역 김학용·남해웅씨, 향단 역 김미진·서정금씨가 출연한다. (02)2280-4115~6.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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