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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헤이, 제임스 블런트 여전히 ‘유 아 뷰티풀?’

등록 2007-10-07 21:24수정 2007-10-08 17:27

제임스 블런트
제임스 블런트
‘세계적 인기’ 1집 이은 2집 시험대에
서정성 깊이 더해 1집 분위기 재현
‘영국 혹평-미국 호평’ 반응 엇갈려
‘원 히트 원더.’

노래 한 곡으로 스타가 됐다가 사라진 가수를 일컫는 영어 표현이다. 1집에서 예기치 않은 큰 성공을 거둔 가수라면 ‘원 히트 원더’의 공포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최근 2집 음반 〈올 더 로스트 솔스〉를 낸 영국 출신의 팝 가수 제임스 블런트(33)가 그런 기분일 거라면 과장일까? 제임스 블런트라는 이름은 낯설어도 그의 ‘원 히트 넘버’인 ‘유 아 뷰티풀’이라는 노래는 꽤 친숙하다. 한 자동차 회사의 티브이 광고에 배경음악으로 깔린 덕분이다. 블런트의 ‘유 아 뷰티풀’은 영국 가수로는 8년 만에 처음으로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랐다. 신인으로서는 놀라운 성공이었다.

1집만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할리우드의 문제아 패리스 힐튼의 애인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더니 배우 린제이 로한, 체코 출신의 슈퍼모델 페트라 넴코바와의 연분설이 나돌기도 했다. 배우 주드 로와 함께 플레이보이 사교파티에서 금발 미녀를 양 손에 끼고 놀았다는 둥, 블런트 자신을 촬영하던 파파라치를 차로 치었다는 둥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1집의 어마어마한 성공에 도취해 이대로 몰락하고 말 것인지, 팬들은 걱정했다.

전세계에서 동시 발매한 2집에 대한 평가는 평면적이지 않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전작 패턴의 충직한 재현이나 수동적인 관객에 대한 서비스를 거부했다는 점은 기쁘고도 즐겁다. 이런 자세야말로 작가의 본연, 기본”이라며 “왜 제임스 블런트가 우리 시대의 중요한 싱어 송라이터인가를 웅변하는 앨범, 작가주의에 빛나는 선물”이라고 치하했다.

그러나 음악평론가 박은석씨는 혹평을 했다. 그는 “음반 전체적으로 1970년대적 분위기가 풍기는데, 잭슨 브라운이나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 70년대 작품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졸작”이라며 “싱어 송라이터로서의 색깔은 옅어졌으며, 곡 자체의 완성도나 새로움, 밀도 등이 모두 떨어진다”고 평했다. 박씨는 제임스의 1집 음반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고 적극적인 평가를 했던 사람이다.

해외 반응도 엇갈린다. 홈 그라운드인 영국에서는 혹평을 받고 있지만, 미국 쪽에서는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의 음악잡지 〈모조〉는 100점 만점에 40점을 주며 “〈올 더 로스트 솔스〉에 실린 대부분의 노래는 전작들보다 세련되지 못하고 역겹다”고 했고, 〈가디언〉 역시 40점을 주며 “블런트는 기계적으로 성공의 공식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절하했다. 반면 미국의 〈보스턴 글로브〉와 〈빌보드〉는 80점을 줬다. 빌보드는 “단지 (원 히트) 원더가 아니라, 장기 지속형 아티스트로서의 자신감을 보여준다”고 썼다.

실제로 음반을 들어보면, 가늘고 여성적인 목소리는 변함없이 심금을 파고들고, 매력적인 가성도 여전하다. 1집의 거친 면모를 덜고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낮게 읊조리는 서정성이 깊어졌다. 단아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해 빠른 비트의 드럼이 가세하는 타이틀곡 ‘1973’을 비롯해 스타가 된 뒤 겪은 심리적 혼란을 노래한 ‘원 오브 더 브라이티스트 스타스’ 등 친숙한 멜로디의 편안한 노래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가사는 편안하지 않다. 인간은 모두 죽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하며 어린애 같은 투정을 부리는가 하면(‘아일 테이크 에브리싱’),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자신을 질책하며 기회를 주지 말라고 울부짖는다.(‘세임 미스테이크’)


그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군인 출신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지난 8월 열린 제천국제영화제에서는 블런트 자신이 경험한 코소보 전쟁의 비극을 직접 카메라로 찍어낸 음악 다큐멘터리 〈코소보로의 귀환〉을 상영하기도 했다. 이번 앨범에서 전쟁의 기억을 더듬은 곡은 ‘아이 리얼리 원트 유’인데, 1집의 ‘노 브레이버리’보다 더 격정적이다. “나는 사람을 죽였지. 먼 나라에서. 내가 적이라고 말했던 사람을”이라는 고해성사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 메시지는 전달되지 않아. 그리고 당신은 듣고 있지. 내 찢어지는 심장의 소리를”이라는 절규로 치닫는다.

서른 살이 넘어 늦깎이로 데뷔한 그가 ‘원 히트 원더’로 기록될지, 작가 정신으로 승부하는 싱어 송라이터로 살아남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워너 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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