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 삶 근원적 질문에 ‘마침표’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 소설가 솔 벨로가 5일(현지시각) 매사추세츠 주 브루클린 자택에서 숨을 거두었다. 향년 90.
대표작 <허조그> 등으로 197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벨로는 유대계 이민자로서 미국 산업화 사회에 편입된 자기 세대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형상화해 왔다. 스웨덴 한림원은 벨로의 작품들이 “인간에 대한 이해와 당대 문화에 대한 섬세한 분석”을 보여주었다고 노벨문학상 수상 사유를 밝혔다. 벨로와 같은 유대계 미국 소설가인 필립 로스는 5일 벨로의 사망 사실을 전하면서 “20세기 미국 문학은 윌리엄 포크너와 솔 벨로라는 두 개의 축으로 지탱되어 왔다”고 말했다.
벨로는 1915년 캐나다 퀴벡 주 몬트리올 근교에서 유대계 러시아 이민자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9살 때 시카고로 이주했다. 그는 시카고대학을 거쳐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인류학과 사회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대부분의 소설 배경으로 시카고를 등장시켰고, 1962년부터 30년 남짓 시카고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다.
벨로는 대학 졸업 이후 위스콘신대에서 인류학 석사과정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신문과 잡지 등에 서평을 쓰던 그는 1944년에 등단하지만, 1953년에 내놓은 출세작 <오기 마치의 모험>이야말로 그의 작가적 출발을 알리는 진정한 출사표와도 같았다. 이 작품과 <허조그>(1965년), <샘러 씨의 혹성>(1971년)으로 벨로는 세 번에 걸쳐 ‘전 미도서상’을 수상했으며, 1976년에는 노벨문학상을 받는 등 당대 최고의 영어권 소설가로 평가 받아왔다.
벨로의 대표작 <허조그>는 자신의 삶을 둘러싼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고자 산 속에 틀어박혀 지인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주인공을 등장시킨 작품이다. 1인칭과 3인칭으로 교차 서술되는 이 소설에서 주인공 허조그는 친구와 친척은 물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장군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에게도 열정적인 편지를 보내어 자신의 고민을 토로한다. 벨로 자신은 “‘고등교육’이라는 것이 고민에 싸인 사람에게 얼마나 쓰잘 데 없는 것인지를” 보여주고자 한 코믹한 소설이라고 이 소설을 평가했지만, 이 작품은 평단의 찬사와 일반 독자의 사랑을 함께 받으며 그를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찬사의 이면에는 비판도 따라다녔다. 동료 작가인 노먼 메일러는 <오기 마치의 모험>을 두고 “소심한 지식인의 여행담”이라 혹평했으며, 오랜 친구였다가 절연한 평론가 앨프리드 케이진은 벨로가 “하층계급을 경멸하는 강단 지식인”이라고 비판했다.
벨로는 평생 다섯 번 결혼했으며, 1999년에 딸을 얻는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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