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연출거장 피에르 피치
오페라 연출거장 피에르 피치 내한
이탈리아 오페라 연출의 거장 피에르 루이지 피치(67)가 서울에 왔다. 원색을 사용한 감각적인 연출로 정평이 나 있는 그는 1977년 이후 30년 동안 500편이상의 오페라를 만들어냈다. 무대와 의상, 소품을 모두 직접 디자인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한국 방문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극장 버전을 국내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다.
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베르디의 다른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라 트라비아타>는 사랑과 질투, 죽음과 구원, 복수와 열정 등 멜로드라마의 모든 요소를 담고 있다”며 “그게 바로 <라 트라비아타>가 세계적으로 자주 공연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그의 다섯번째 <라 트라비아타> 연출작이다. 그런 만큼 새로운 해석을 하려고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원작에서 1850년대였던 배경을 1940년대 나찌 치하의 파리로 바꿨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현대 의상을 입게 됐다.
그는 “몇 년 전 <라 트라비아타>를 연출할 때, 갑자기 전통 의상이 거짓으로 느껴졌다”며 “배경을 현대로 바꾼 것은 과장되게 부풀어오른 치마를 없애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번에 출연하는 성악가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외모를 자랑한다. 그가 시각적인 면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베니스에서 <라 트라비아타>를 공연할 때였어요. 관객들이 마구 야유를 하는 거에요. 비올레타가 너무 뚱뚱했기 때문이에요. 뚱뚱한 여자가 결핵으로 죽어간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았던 겁니다.”
비올레타 역으로 출연하는 이리나 룽구는 로린 마젤이 지휘한 라 스칼라 극장의 <라 트라비아타>에서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와 더블 캐스팅되며 이름을 알린 신예다. 같은 역의 엘레나 로씨는 피치의 작품에 빠짐없이 출연하는 단골 성악가이며, 스페인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피치는 “공연이 끝나고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표정을 관찰하는 버릇이 있다”며 “이탈리아 멜로드라마의 세계로 한국인들을 초대한다”고 말했다. 15~18일 세종문화회관. (02)587-1950~2.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한국오페라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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