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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핸드폰으로 오가는 말 절반은 거짓일것”

등록 2007-11-11 20:15수정 2007-11-11 20:17

장편소설 ‘핸드폰’ 한국어판 내는 중국작가  류전윈
장편소설 ‘핸드폰’ 한국어판 내는 중국작가 류전윈
장편소설 ‘핸드폰’ 한국어판 내는 중국작가 류전윈
‘거짓의 수단’이 된 세태 꼬집어
“내 소설 읽고 이혼한 사람들도”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축제’ 참가
“한국소설, 중국출간 적어 아쉬움”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에 참가한 외국 문인 가운데 이번 행사에 맞추어 한국에서 책이 나온 이는 두 사람이다. 시선집 <팔레스타인에서 온 연인>을 낸 팔레스타인 저항 시인 마무드 다르위시, 그리고 장편소설 <핸드폰>(김태성 옮김, 황매 펴냄)의 중국 작가 류전윈이 그들이다. 지난 2004년 소설집 <닭털 같은 나날>에 이어 두 번째 한국어판 소설을 낸 류전윈(49)을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전북 전주에서 지난 10일 만났다.

“이번 소설 <핸드폰>은 말의 효용과 무가치성의 문제를 다룬 작품입니다. 역사 이래 핸드폰만큼 사람 사이의 거리를 가깝게 해 준 것도 없었죠. 핸드폰은 사람들의 관계에 변화를 일으키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핸드폰을 매개로 오고가는 말이 다 진실은 아닙니다. 그 가운데 절반은 거짓말일 겁니다. 예전 농업 사회에서는 사람이 하루에 열 마디의 말도 하기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하루에 4천 마디도 넘게 말한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 진실은 단 한마디고 나머지 3999 마디는 쓸데없는 말이지 않을까 싶어요. 핸드폰이 이렇게 갈수록 거짓말의 수단이 되고 있는 세태를 소설로 비판하고자 했습니다.”

2003년에 나온 소설 <핸드폰>은 중국에서 출간 한 달 사이에 22만 부가 팔렸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역시 공전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본 이들이 소설과 비슷하게 핸드폰을 계기로 이혼하는 일도 많아져 일종의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내 소설 때문에 가정이 파괴되는 일은 절대로 없었으면 좋겠다”고 류전윈은 웃으면서 말했다.

소설은 1969년의 탄광과 2003년 현재, 그리고 1927년의 농촌을 차례로 그린다. 확성기와 핸드폰, 그리고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말을 비교해 보여줌으로써 핸드폰이라는 의사소통 수단의 발달이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았음을 역설한다.

2004년에 번역돼 나온 <닭털 같은 나날>에는 소설가 황석영씨가 장문의 발문을 썼다. 그 글에서 황씨는 류전윈을 ‘대단한 작가’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번 행사에서도 두 사람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술자리에서도 자주 어울렸다.

“황석영 선생의 9일 발제를 인상 깊게 들었습니다. 황 선생을 비롯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굉장히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한국이 겪어 온 많은 고난과 시련이 한국 작가들로 하여금 문제를 매우 깊고 넓게 보도록 만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쉬운 것은 최근 중국 소설들이 한국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 데 반해 한국 소설들은 아직 중국어로 번역 출간되는 게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좋은 번역가가 많지 않아서인데, 중국인들의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그는 이번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의 의미와 전망에 대한 말로 인터뷰를 마감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전쟁과 식민통치와 같은 고통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죠. 그런 점에서 양쪽 작가들이 공통의 관점을 가지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이번 행사는 매우 좋은 기회였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고, 기회가 된다면 중국에서도 열어보고 싶습니다.”

전주/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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