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열린 민족문학작가회의 정기총회에서 회원들이 한국작가회의로 새롭게 출발하는 단체의 출범 선언문을 박수로 채택하고 있다.
‘한국작가회의’로 명칭 변경
정기총회 “민족 넘어 범인류로”
정기총회 “민족 넘어 범인류로”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 단체인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이름을 ‘한국작가회의’로 바꾸었다.
민족문학작가회의는 8일 오후 서울 사간동 출판문화회관 강당에서 회원 1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21차 정기총회를 열어 단체 이름을 한국작가회의로 바꾸는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1987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모태로 탄생했던 민족문학작가회의는 20년 만에 새로운 이름으로 재출발하게 됐다. 한국작가회의의 약칭은 민족문학작가회의 시절과 같은 ‘작가회의’를 사용하기로 했다.
작가회의의 명칭 변경 문제는 올 1월 제20차 정기총회에서 안건으로 제출되었다가 일부 회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일단 무산되었다. 이에 따라 작가회의는 명칭변경소위원회(위원장 도종환)를 구성해 회원들의 의견 수렴 작업을 벌였으며, 지난 5월 회원들을 상대로 우편투표를 실시한 결과 명칭변경에 찬성하는 의견이 다수임을 확인했다. 이어 10월에는 새로운 명칭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한국작가회의’ 193명, ‘작가회의’ 110명, 기타 13명의 응답을 얻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이날 총회에서 ‘한국작가회의’를 새 명칭으로 확정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또한 임기 2년의 새 사무총장으로 시인 도종환(53)씨를 선출했다. 바뀐 정관에 따라 사무총장은 작가회의 업무를 통괄하는 실질적인 대표 노릇을 하게 된다. 정희성 이사장의 뒤를 이을 새 이사장은 이날 총회에서 선임하지 못하고 3개월 안에 새 후보를 정해서 임시총회를 거쳐 확정하기로 했다.
이날 명칭 변경을 위한 정관 개정안은 뜻밖에도 순조롭게 통과되었다. 지난 1월 총회에서 명칭 변경에 극구 반대하는 회원들의 반발이 컸던 만큼 이날 총회에서도 정관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있었지만, 명칭변경소위원회의 충실한 활동 덕분인지 회원들은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모습이었다.
20년 만에 단체 이름에서 ‘민족’을 떼고 새롭게 출발한 한국작가회의는 이날 채택한 출범 선언문에서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신과 역사를 온전히 계승한다”고 밝혔다. 선언문은 “우리는 민족문학의 정신을 포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정신과 정체성을 지키며 창조적으로 쇄신하고자 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도종환 신임 사무총장 역시 취임 인사말에서 “지난 1월 정기총회 이후 지금까지 1년 가까이 알아본 바, 근본을 지키되 새 시대에 맞게 창조적으로 쇄신하라는 법고창신의 요구가 회원들의 뜻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작가회의 출범 선언문은 “우리의 민족 현실만이 아니라 이주노동자들, 여성결혼이민자와 그 자녀가 우리의 가족, 형제가 되어 가는 현실은 우리의 문학적 실천 형식과 내용이 범인류적으로 확장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는 말로 ‘민족’의 틀을 벗어나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문학의 역사 속에서 이제 우리는 저항하는 소수가 아니며(…)우리가 명실상부하게 한국의 문학을 대표하는 문인들이 모여 있는 단체”라는 말로 문학적 대표성을 자임했다.
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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