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가 황석영(왼쪽)씨와 중국 소설가 모옌이 14일 베이징 시내 중국현대문학관 회의실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황석영-“한·중 문학교류 기뻐…동아시아 포럼 시의적절”
모옌-“한국문학엔 관심 적은 중국인들에게 좋은 계기”
모옌-“한국문학엔 관심 적은 중국인들에게 좋은 계기”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황석영(64)씨와 모옌(52)이 지난 14일 저녁 중국 베이징 시내 중국현대문학관 회의실에서 대담을 했다. 대산문화재단과 중국작가협회가 공동 주최한 ‘한-중 문학인 대회’에 참가한 두 작가는 이날 중국현대문학관에서 열린 문학 포럼에서 각각 ‘20세기와 나’(황석영), 그리고 ‘나의 문학 여정’(모옌)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했다. 2005년 이후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여러 차례 만난 두 사람의 대담은 마침 전날 합의된 ‘한·일·중 동아시아 문학 포럼’에 대한 기대와 한-중 두 나라 사이의 문학 교류의 중요성, 그리고 서로의 작품과 삶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작가는 이상만이 아닌 현실의 다양한 모습 보여줘야죠”
“북동포 관심 갖는 황 황선생에게 통일되면 금메달 줘야” 황석영: 저는 개인적으로 중국 작가 및 중국 현대문학과 교류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노력해 왔습니다. 저는 70년대에 루쉰의 작품을 일본어로 읽었습니다. 근대에 대한 루쉰의 생각이 감동적이었어요. 저희 세대는 어려서부터 집안에서 한문을 공부했기 때문에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중국 고전을 읽었습니다. 사실 중국과 한국의 문학과 문화는 수백년 동안 연결돼 있다가 근대 이후에 단절된 겁니다. 이번 ‘한-중 문학인 대회’를 통해 뒤늦게 한·중 현대문학이 연결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모옌 선생과는 2005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문학포럼에서 처음 만났죠. 저는 위화와 류전윈, 그리고 특히 모옌 선생의 작품을 아주 좋아합니다. 중국인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허수룩하고 겸손해 보이죠. 그런데 가만히 보면 가슴속에 큰 궁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모옌 선생에게서도 그런 모습을 봅니다. 모옌: 중국 시청자들은 한국 드라마에 관심이 많습니다. 반면 한국의 당대문학에 대한 이해는 매우 적습니다. 그래서 이번과 같은 양국 문학인들의 교류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최근 한국 문학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읽고 있습니다. 황 선생님을 비롯한 한국의 문학가 친구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중국 작가들도 한국 작품을 읽어야 합니다. 가령 황석영 선생과 고은 선생은 삶 자체가 대단히 극적입니다. 두 분을 포함한 한국 문인들은 격동기 사회운동의 적극적인 참여자이기도 하죠. 황 선생이 오늘 발제에서 언급한 세 작품(<무기의 그늘> <오래된 정원> <손님>)은 다 중국어로 번역본이 나와 있습니다. 황 선생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 작가들의 시선은 이미 한국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민족문제에 갇혀 있지 않고 전 세계, 전 인류를 향해 있는 거죠. 이 시선이 작품의 스케일을 결정합니다. 가령 <오래된 정원>에서 다루는 것은 인류의 정원이죠. 그 소설에서는 과연 이상적인 세계가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황석영: 우리가 중국에 전보다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동아시아’라는 말을 쓰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반 한·중·일 지식인들이 만나 1년에 한 차례씩 포럼을 열면서부터였습니다. 사실 모옌 선생을 저한테 강력하게 추천한 이가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였어요. 냉전 해체 뒤 세계는 미국 식으로 재편성됐습니다. 그래서 그런 식의 재편성에 의문을 가지고 동아시아의 전통을 바탕으로 문명의 대안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게 동아시아 담론의 출발일 것입니다. 작가는 아름다운 이상만을 그릴 뿐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현실, 현실이 지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서 세계 문학이 모옌 선생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죠. 저도 1989년 무너지는 베를린 장벽 앞에서 ‘내 산문을 바꾸겠다’고 결심했고, 그 한 방법으로서 세계적 현실을 동아시아적 형식에 담겠노라고, 형식적 탐구를 계속하겠노라고 밝혔고 최근작까지 계속 그런 노력을 계속 해 오고 있는 셈입니다. 모옌: 중·한·일 3국 문학 포럼은 이미 상당히 좋은 단계로 들어선 것 같습니다. 3국 교류에 가장 중요한 소통의 문제가 해결된 것 같아요. 3국 문학 포럼 같은 활동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게 세 나라의 문화적 동질성 확보에 하나의 큰 과정이 될 것입니다. 당연히 작가들 사이의 인적 교류와 작품의 번역 출판이 중요합니다. 그런 것을 통해 서로의 문학 양식을 배우고 그를 통해 양국 인민들에게 상대방의 문학을 알려야 합니다. 황석영: 아주 좋은 말씀입니다. 모 선생과는 많은 말을 안 해도 몇 마디 말로 다 통할 수 있어서 좋아요. 내년이면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북한과 미국이 국교를 맺으면서 북한이 국제사회로 들어올 겁니다. 그것은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것보다 훨씬 더 큰 국제사회의 변화라고 봅니다. 이 과정까지 오느라 우리는 험난한 고통을 겪었습니다. 중국이 마지막으로 큰 역할을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도록 해 준 데 대해 한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바야흐로 이런 때에 동아시아 문학 포럼이 창설된다는 건 참으로 시의적절하다고 봅니다. 이런 때야말로 동아시아 문학인들이 여러 가지로 할 일이 많습니다. 저는 어제 베이징대 강연에서 세 가지를 강조했는데, 그것이 사실은 한 가지 말이었습니다. 중국은 큰 나라이기 때문에 앞으로 정말 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옌: 중국은 면적으로 보나 인구로 보나 큰 나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 두 나라의 문학은 크다거나 작다는 식의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한국의 소설가와 시인들의 작품 중에는 세계적 수준의 작품들이 많습니다. 중국 작가들도 겸허한 마음으로 한국 문학을 배우고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의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문학적 고뇌를 겪고 있겠지만, 그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운명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나라 작가든 자국민들의 삶의 현실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또 그래야만 끊임없이 창조의 동력을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작가들은 역사적 내포를 지닌 작품을 씁니다. 가령 황 선생은 남북한 사이의 공식 접촉이 허가되기 전에 문학인의 신분으로 방북했습니다. 저는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는 것을 보면서, 황석영 형님이 혼자 씩씩하게 휴전선을 넘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그 행위는 인간과 동포에 대한 관심에 기초한 것이었죠. 만일 남북이 통일된다면 가장 먼저 황 선생에게 금메달을 줘야 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황석영: 모옌 선생의 말씀을 듣자니 중국의 문호 루쉰의 단편 <희망>의 마지막 대목이 떠오릅니다.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 것인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그건 마치 길이 없는 곳에 사람이 많이 다니면 길이 생기는 것과 같다는 취지의 글이었죠. 우리의 만남도 바로 그런 것이라고 믿습니다. 베이징(중국)/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북동포 관심 갖는 황 황선생에게 통일되면 금메달 줘야” 황석영: 저는 개인적으로 중국 작가 및 중국 현대문학과 교류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노력해 왔습니다. 저는 70년대에 루쉰의 작품을 일본어로 읽었습니다. 근대에 대한 루쉰의 생각이 감동적이었어요. 저희 세대는 어려서부터 집안에서 한문을 공부했기 때문에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중국 고전을 읽었습니다. 사실 중국과 한국의 문학과 문화는 수백년 동안 연결돼 있다가 근대 이후에 단절된 겁니다. 이번 ‘한-중 문학인 대회’를 통해 뒤늦게 한·중 현대문학이 연결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모옌 선생과는 2005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문학포럼에서 처음 만났죠. 저는 위화와 류전윈, 그리고 특히 모옌 선생의 작품을 아주 좋아합니다. 중국인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허수룩하고 겸손해 보이죠. 그런데 가만히 보면 가슴속에 큰 궁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모옌 선생에게서도 그런 모습을 봅니다. 모옌: 중국 시청자들은 한국 드라마에 관심이 많습니다. 반면 한국의 당대문학에 대한 이해는 매우 적습니다. 그래서 이번과 같은 양국 문학인들의 교류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최근 한국 문학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읽고 있습니다. 황 선생님을 비롯한 한국의 문학가 친구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중국 작가들도 한국 작품을 읽어야 합니다. 가령 황석영 선생과 고은 선생은 삶 자체가 대단히 극적입니다. 두 분을 포함한 한국 문인들은 격동기 사회운동의 적극적인 참여자이기도 하죠. 황 선생이 오늘 발제에서 언급한 세 작품(<무기의 그늘> <오래된 정원> <손님>)은 다 중국어로 번역본이 나와 있습니다. 황 선생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 작가들의 시선은 이미 한국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민족문제에 갇혀 있지 않고 전 세계, 전 인류를 향해 있는 거죠. 이 시선이 작품의 스케일을 결정합니다. 가령 <오래된 정원>에서 다루는 것은 인류의 정원이죠. 그 소설에서는 과연 이상적인 세계가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황석영: 우리가 중국에 전보다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동아시아’라는 말을 쓰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반 한·중·일 지식인들이 만나 1년에 한 차례씩 포럼을 열면서부터였습니다. 사실 모옌 선생을 저한테 강력하게 추천한 이가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였어요. 냉전 해체 뒤 세계는 미국 식으로 재편성됐습니다. 그래서 그런 식의 재편성에 의문을 가지고 동아시아의 전통을 바탕으로 문명의 대안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게 동아시아 담론의 출발일 것입니다. 작가는 아름다운 이상만을 그릴 뿐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현실, 현실이 지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서 세계 문학이 모옌 선생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죠. 저도 1989년 무너지는 베를린 장벽 앞에서 ‘내 산문을 바꾸겠다’고 결심했고, 그 한 방법으로서 세계적 현실을 동아시아적 형식에 담겠노라고, 형식적 탐구를 계속하겠노라고 밝혔고 최근작까지 계속 그런 노력을 계속 해 오고 있는 셈입니다. 모옌: 중·한·일 3국 문학 포럼은 이미 상당히 좋은 단계로 들어선 것 같습니다. 3국 교류에 가장 중요한 소통의 문제가 해결된 것 같아요. 3국 문학 포럼 같은 활동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게 세 나라의 문화적 동질성 확보에 하나의 큰 과정이 될 것입니다. 당연히 작가들 사이의 인적 교류와 작품의 번역 출판이 중요합니다. 그런 것을 통해 서로의 문학 양식을 배우고 그를 통해 양국 인민들에게 상대방의 문학을 알려야 합니다. 황석영: 아주 좋은 말씀입니다. 모 선생과는 많은 말을 안 해도 몇 마디 말로 다 통할 수 있어서 좋아요. 내년이면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북한과 미국이 국교를 맺으면서 북한이 국제사회로 들어올 겁니다. 그것은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것보다 훨씬 더 큰 국제사회의 변화라고 봅니다. 이 과정까지 오느라 우리는 험난한 고통을 겪었습니다. 중국이 마지막으로 큰 역할을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도록 해 준 데 대해 한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바야흐로 이런 때에 동아시아 문학 포럼이 창설된다는 건 참으로 시의적절하다고 봅니다. 이런 때야말로 동아시아 문학인들이 여러 가지로 할 일이 많습니다. 저는 어제 베이징대 강연에서 세 가지를 강조했는데, 그것이 사실은 한 가지 말이었습니다. 중국은 큰 나라이기 때문에 앞으로 정말 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옌: 중국은 면적으로 보나 인구로 보나 큰 나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 두 나라의 문학은 크다거나 작다는 식의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한국의 소설가와 시인들의 작품 중에는 세계적 수준의 작품들이 많습니다. 중국 작가들도 겸허한 마음으로 한국 문학을 배우고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의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문학적 고뇌를 겪고 있겠지만, 그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운명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나라 작가든 자국민들의 삶의 현실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또 그래야만 끊임없이 창조의 동력을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작가들은 역사적 내포를 지닌 작품을 씁니다. 가령 황 선생은 남북한 사이의 공식 접촉이 허가되기 전에 문학인의 신분으로 방북했습니다. 저는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는 것을 보면서, 황석영 형님이 혼자 씩씩하게 휴전선을 넘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그 행위는 인간과 동포에 대한 관심에 기초한 것이었죠. 만일 남북이 통일된다면 가장 먼저 황 선생에게 금메달을 줘야 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황석영: 모옌 선생의 말씀을 듣자니 중국의 문호 루쉰의 단편 <희망>의 마지막 대목이 떠오릅니다.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 것인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그건 마치 길이 없는 곳에 사람이 많이 다니면 길이 생기는 것과 같다는 취지의 글이었죠. 우리의 만남도 바로 그런 것이라고 믿습니다. 베이징(중국)/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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