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10달간 전면 보수…예산 180억 투입
예술의 전당은 지난 12일 화재가 발생한 오페라극장을 앞으로 10개월 동안 전면보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11월 재개관 때까지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던 모든 공연이 취소된다.
신현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약 180억원의 예산을 들여 10개월에 걸쳐 무대를 완전히 복구하는 방안을 선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결정 배경=예술의전당은 애초 부분 복구 방안(90일)과 완전 복구 방안을 두고 고심을 했다. 그런데 부분 복구 방안은 공연 차질을 줄일 수 있지만, 무대 기능을 50% 정도밖에 못 살리는 것으로 평가됐다.
예술의전당이 어차피 2010년에 450억원을 들여 오페라극장과 토월극장, 자유소극장 등 오페라하우스 전체를 리노베이션할 계획이었던 점도 고려됐다. 그때 해도 1년 가량 휴관이 불가피한데, 이참에 오페라하우스만 먼저 해버리는 성격도 있다고 한다. 무대 기계장치 운영 프로그램이 286컴퓨터 체제로 극장의 설비가 낡은 점도 완전 복구 방안을 선택하는 요인이 됐다. 신 사장은 “각계 전문가와 대관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완전 복구를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 공연 취소 파장=예술의전당은 내년 한 해 동안 오페라극장 무대에 예정됐던 공연 19건을 모두 취소했다. 1월에 예정된 〈브라케티 쇼〉를 비롯해 뮤지컬 〈위 윌 락 유〉, 오페라 〈파르지팔〉, 발레 〈안나 카레리나〉 등 대형 공연이 많다. 이에 따라 오페라극장을 대관했던 공연단체들과 예술의전당 사이에 보상을 둘러싼 분쟁이 일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위 윌 락 유〉를 준비해온 ㈜이룸이앤티를 비롯한 공연기획사들은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법적 소송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에 대해 예술의전당은 “이미 투자된 비용뿐 아니라 기대 수입에 대한 보상까지 요구하는 단체가 있어 법률 자문을 받은 뒤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 화재현장 공개=예술의전당은 이날 무대 현장을 공개했다. 열흘 가까이 청소를 했는데도 매캐한 냄새가 남아 있었고, 무대 위에 촘촘히 매달려 있어야 할 조명기구들이 군데군데 녹아 형체가 없어진 상태였다. 무대 벽과 철골, 전기 배선 등 무대 위의 모든 부분이 사용불가능한 상태다. 무대 밑에는 첨단장비를 비롯한 기계장치들이 몰려 있는데 불을 끄는 과정에서 뿌려진 물에 침수되는 바람에 대부분 고장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술의전당은 전체 피해규모를 약 136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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