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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좌우 접점 찾은 프랑스의 지방분권

등록 2005-04-14 18:18수정 2005-04-14 18:18

1968년 5월 파리 바스티유광장에 모인 학생시위대. 프랑스 좌파는 68운동을 계기로 그때까지 우파의 전유물이었던 ‘탈중앙·탈집중화’ 의제에 눈을 떴다. <한겨레> 자료사진.
1968년 5월 파리 바스티유광장에 모인 학생시위대. 프랑스 좌파는 68운동을 계기로 그때까지 우파의 전유물이었던 ‘탈중앙·탈집중화’ 의제에 눈을 떴다. <한겨레> 자료사진.


행정복합도시 논란속 ‘반추’

‘서양에서의 중앙과 지방’ 학술대회

지방분권에는 좌·우가 없다. 적어도 현재 프랑스에선 그렇다. 그러나 여기에 이르기까지 200여년의 시간이 걸렸다. 행정복합도시 논란의 여진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사회가 잠시 ‘프랑스 역사’를 음미해야할 이유다.

오는 16일부터 이틀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회의실에서 ‘서양에서의 중앙과 지방’을 주제로 한국서양사학회(회장 최갑수) 정기 학술대회가 열린다. 영국·이탈리아·독일·미국·러시아 등이 중앙-지방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갔는지를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곱씹어보는 자리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프랑스에 대한 연구논문들이다. 프랑스는 혁명 이후 길게는 200년, 짧게는 전후 50년간 ‘중앙-지방’을 둘러싸고 치열한 좌우논쟁을 벌였다. 행정복합도시 문제가 정파간 대립으로 번지는 한국의 상황을 연상시킨다. 게다가 대통령 중심의 강력한 중앙집권국가를 형성해 전후 집약적 경제성장을 이뤘으나, 지금은 수도권 비대화가 국토균형발전에 결정적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 등도 비슷하다.

그래서 “지방분권화의 요구로 요약되는 지역주의 이념은 지난 반세기 동안 프랑스 정치체제의 변화와 정파간 대립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돌출되는 주요 정치변수의 하나”(이용재 서울대 강사)였다.




우파 드골정원 ‘탈중앙’ 주장
68혁명이후 좌파 분권추진
민주주의-성장주의서 각각 고민
2003년 헌법수정 통해 공존모색

흥미로운 것은 프랑스에서 ‘탈중앙·지방분권’의 담론을 주도한 것이 원래 우파였다는 점이다. 반면 좌파는 프랑스혁명 이후 공화국의 단일성을 지키려는 과정에서 ‘강력한 중앙집권’의 옹호자로 자리잡았다. 2차 대전 당시, 괴뢰정부인 비시 정권이 이른바 국민혁명의 하나로 지역주의 운동을 벌인 것도 “지역주의를 보수 우파의 복고 이데올로기로 폄하”(이용재)하는 분위기에 일조했다.

우파인 드골 정권은 탈중앙화를 뼈대로 삼은 ‘균형발전’을 토대로 고도성장을 이룩했다. 1969년 상원개혁과 지방화를 국민투표에 부친 것은 그 정점이었다. 당시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좌파는 반대운동을 벌여 이를 부결시켰다.

그러나 68년 혁명을 계기로 프랑스 좌파도 ‘직접 민주주의·참여 민주주의’의 가능성에 눈을 떴다. 좌파인 미테랑 정부가 1980년대 지방분권을 주도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시기 프랑스 우파는 좌파 정부의 지방화 정책을 후퇴시키는 등 ‘탈중앙’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민유기 고려대 강사는 발표논문을 통해 “우파는 행정개혁을 통한 근대화 및 이를 통한 경제·산업 부문의 발전을 위해 탈중앙화를 고려했고, 좌파는 직접민주주의와 평등의 원리, 사회적·경제적 민주주의 강화를 위해 이 문제를 고민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03년 ‘공화국 조직의 탈중앙화 원칙’을 명시하는 헌법 수정이 이뤄진 것은 결국 ‘민주주의 확대과정’에 대한 좌·우파의 관점이 적절히 수렴되고 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성장주의와 민주주의라는 대립적 정치이념이 ‘탈중앙·탈집중화’ 안에서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용재 강사가 “지역주의는 공화정의 틀 안에서 모든 정치이념과 선택적 친화성을 가진 열린 이념”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지방분권을 둘러싼 프랑스의 좌우 논쟁의 함의를 배울 수 있다면, 행정수도 문제에 대한 한국 사회의 논란도 새로운 지평으로 옮겨갈 수 있을 것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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