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문학’ 정부지원 없이 창간키로

교류협력기금 못받아…남한 문인들이 2천만원 마련키로

남과 북의 문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반년간 문학잡지 <통일문학>이 애초에 예상했던 통일부의 교류협력기금을 받지 못한 채 발간되게 되었다.

정도상 6·15민족문학인협회 남측위원장은 “22일 개성에서 장혜명 시인 등 북쪽 문인들과 만나 <통일문학> 창간호 편집 시안을 확인했다”며 “잡지는 다음달 5일께 발간될 예정이며, 11일 중국 선양에서 남과 북, 그리고 해외 문인들이 참가한 가운데 창간호 발행 기념식을 겸한 제2호 편집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그러나 통일부에 신청했던 교류협력기금을 받지 못하게 돼, 한국작가회의와 한국문인협회 소속 문인들을 상대로 <통일문학> 창간호에 대한 선주문을 받아 비용 2천만원을 충당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5년 금강산에서 6·15민족문학인협회를 결성하고 <통일문학> 창간을 결정한 이후 사업을 추진하면서 남북교류협력기금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 왔는데 정권교체라는 ‘암초’를 만나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면서 “앞으로의 남북 문학 교류에서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문학> 창간호에는 남측에서 이청준 <눈길>, 은희경 <빈처>, 방현석 <존재의 형식>, 김서령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 북측에서 장기섭 <우리 선생님>, 최련 <바다를 푸르게 하라>, 권장률 <영근 이삭>, 리청 <고려의 아침> 등 소설이 실린다. 시에서는 남측에서 고은 이근배 한분순 도종환 이재무씨 등의 작품이, 북측에서는 오영재 조기천 장혜명씨 등의 작품이 실리기로 확정되었다. 또 평론에서는 남측에서 임헌영씨의 이육사론 <광야에서 노래하기>가, 북측에서는 박정식씨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미학>이 실린다.

정도상씨는 “남과 북의 독자들이 거부감 없이 함께 읽어야 하기 때문에 체제 선전이나 개인 숭배의 소지가 있는 작품들은 철저하게 배제했다”면서 “이와 관련한 남측 편집위원들의 요구를 북측 편집위원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에 실리는 북측 소설 가운데 <우리 선생님>은 교육 문제를 다룬 작품이고, <바다를 푸르게 하라>는 서해에 화학공장이 들어서려는 데에 맞서 싸우는 과학자를 등장시킨 ‘환경 소설’이며 <고려의 아침>은 역사물이다. 평론 역시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교시를 앞세우는 통상의 형식에서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문학>은 북측에서 편집과 제작을 맡으며, 남측은 편집 및 제작비 2천만원 상당을 북에 전달하고 완성된 책 2천권을 넘겨받는다. 정도상씨는 “선양 회의가 끝난 직후 개성에서 책을 전달 받아 기차로 들여올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