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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일본에 울리는 한국인 옹이진 삶 ‘살풀이’

등록 2008-04-17 23:18

도쿄 신국립극장 리허설 무대에서 야쿠니쿠 드래곤 출연진들이 포즈를 잡았다. 일본 신국립국장 제공
도쿄 신국립극장 리허설 무대에서 야쿠니쿠 드래곤 출연진들이 포즈를 잡았다. 일본 신국립국장 제공
한·일 공동기획 ‘야키니쿠 드래곤’ 교차 상연
‘오장군의 발톱’ 일본인 연출가가 도쿄에 올려
지금 일본에서는 바야흐로 한-일 연극 교류의 무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고도성장의 무대 뒤켠으로 밀려난 재일동포의 애환을 처음으로 다룬 연극이 한-일 공동기획으로 무대에 오른다. 또다른 한편에선 77살 한국 원로 극작가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싶어 84살 일본 원로 연출가가 10년만에 무대에 복귀했다.

1970년대 재일한국인의 삶을 코믹하게 다룬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이 17일부터 27일까지 도쿄 신국립극장에서 상연한다. 한국의 예술의전당과 일본 신국립극장의 공동기획 연극으로 다음달 20일부터 25일에 서울에서도 공연한다.

<야키니쿠 드래곤>은 영화 <달은 어디로 뜨는가>와 <피와 뼈> 등을 쓴 극작가 정의신씨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한국쪽에선 주목받는 젊은 연출가 양정웅씨가 연출한다. 출연자도 두 나라 배우들이 함께 호흡을 맞췄고, 연극무대에서 한국말과 일본말이 교차한다.

작품 무대는 간사이 지방 도시에 있는 곱창구이집 ‘야키니쿠 드래곤’. 주인 김용길은 2차대전 때 왼팔을 잃었지만 운명을 흐르는 물처럼 담담히 받아들이는 인물이다. 그는 세 딸이 결혼해 행복하게 살기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큰딸 정화는 시집 갈 생각이 없고, 갓 결혼한 둘째딸 이화는 늘 부부싸움을 해댄다. 세째 미화는 일본 남자 사이에서 아이를 낳는다. 이것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용길에게 재개발의 파도가 밀려와 다시 한번 그의 운명을 희롱한다.

연출자 정의신은 “많은 재일 한국인·조선인이 생계를 영위한 불고기(야키니쿠)집에는 얼마만큼의 역사가 아로새겨져 있는가. 나는 작은 불고기집의 커다란 역사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유지에 보금자리를 튼 한국인을 일본 당국이 내쫓는 장면은 그의 실제 체험이라고 한다. “오사카의 재일한국·조선인 집단거주지를 취재하면서 당시 공기를 흡수했다. 체험, 취재, 재일동포에 대한 공부를 거듭해 작품을 만들었다.”

일본의 대표적 진보성향 극단 청년극장도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한국 현대연극의 대표작 <오장군의 발톱>을 상연중이다.

<오장군의 발톱>은 한국전쟁 당시 엉뚱하게 배달된 영장을 받고 군에 입대한 오장군이란 순박한 시골청년이 이름 때문에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소모품처럼 사라져가는 이야기다. 1974년 발표됐으나 ‘반전적인 내용’이란 이유로 사전검열에 걸려 14년 동안 무대에 오르지 못하다가 1988년에야 공연했다. 문화계의 사전검열 폐지 운동의 상징적 작품인으로, 1991년 검열폐지라는 성과를 낳는 데 한몫을 했다.


연출자 우류는 뒤늦게 지난해 2월 한일연극교류센터가 도쿄에서 연 희곡낭독회에서 이 작품을 접했다고 한다. “이 작품에 강하게 매료된 내가 박선생에게 ‘내 연출로 청년극장에서 공연하는 것을 허락해주시겠냐고 프로포즈하자 ‘기꺼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우류는 1995년 청년극단 대표였던 우류가 연극단을 이끌고 방한했을 때 박씨와 인연을 맺었다.

일본판 <오장군의 발톱>은 애절한 오보에 선율과 발레 몸짓으로 자연 풍광을 전달하는 연출가의 장면전환 장치가 특히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잔혹한 전쟁에 휘둘리는 인간 군상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데 빛을 발휘한 듯했다. 첫날 공연이 끝난 뒤 도쿄 신주쿠 기노쿠니야 극장에서 만난 연축가 우류는 “원작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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