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소설은 ‘소통단절’ 탐구 다빈치코드? 읽다 말았다”
한국계 미국 작가 이창래(40)씨가 신작 소설 <얼로프트(Aloft)>(한국어판 제목은 <가족>) 한국어판 출간에 즈음해 방한했다. 27일 낮 기자들과 만난 이씨는 <가족>을 중심으로 한 자신의 소설세계와 문학 일반에 관해 솔직한 견해를 털어놓았다.
<가족>은 ‘제리 배틀’이라는 이름의, 50대 후반의 이탈리아계 미국인 남성을 주인공 삼아 그가 가족과 맺는 관계의 문제적 양상을 파고들어간 작품이다. ‘하늘 높이’를 뜻하는 원작의 제목처럼 그의 문제는 가족을 비롯한 대인관계에 있어 그가 어디까지나 일정한 거리를 두려 한다는 데에 있다. 경비행기 조종을 취미 삼는 그가 800미터 높이의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첫 장면은 그런 점에서 시사적이다.
“오늘날은 이메일과 전화 등으로 누구나 쉽사리 접촉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지만, 실제로 직접 만나 대화하고 서로의 삶에 참여할 기회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제리 배틀은 조용한 교외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가족과 진정한 의미의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며 고립과 무관심, 불개입의 삶을 산다는 점에서 현대인, 특히 현대 남성의 한 전형이라 할 수 있죠.”
첫 작품 <네이티브 스피커>와 <제스처 라이프>에서 한국계 미국인을 주인공으로 삼았던 작가는 이번 작품의 주인공으로 이탈리아계 미국인을 택함으로써 변화를 시도했다. 물론 주인공 제리는 작가의 장인인 이탈리아계 미국인을 모델로 삼고 있기는 하다.
“앞선 작품들에서도 굳이 한국계나 아시아계의 문제만을 다루고자 했던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넓은 의미의 아웃사이더가 내 소설의 주인공들이었죠. 어떤 개인이 어떻게 사회에 적응하고 섞여드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상한 얘기지만, 저로서는 앞선 두 작품보다 이 소설이 훨씬 더 자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 제리의 삶의 리듬이 저와 비슷한데다, 그 밖의 다른 인물들 역시 부분적으로는 나를 반영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또한 이창래씨는 “이번 소설을 통해 비로소 한국계 또는 아시아계 작가의 꼬리표를 뗀, 진정한 의미의 ‘미국 작가’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 같아 매우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현재 명문 프린스턴 대에서 창작을 가르치고 있는 이씨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작가가 되려는 학생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며 “그러나 예전과 달리 문학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지닌 학생들을 찾기란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자신의 고교 선배인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는 앞부분을 조금 읽다가 말았으며, 톰 클랜시나 마이클 크라이튼 같은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작품은 아예 안 읽는다는 그에게서는 문학을 대하는 고전적 엄격함이 묻어나왔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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