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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이사람] 식민·여성·예술, ‘모순의 최승희’ 춤추다

등록 2008-07-29 18:46수정 2008-07-29 19:31

시인 김선우(38·사진)
시인 김선우(38·사진)
첫소설 ‘나는 춤이다’ 펴낸 김선우 시인
“아름다움 이해 못하는 정치는 불모” 무게
상상력 대폭 더해…시나리오 쓰며 구상

“최승희를 만난 건 운명이었어요. 최승희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대단히 화려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죠. 그러나 그 삶의 사회적 밑그림은 매우 불우했습니다. 식민지의 여성 예술가라는 삼중의 모순 때문에도 그랬겠지만, 그는 성격적으로 정말 모순에 가득 찬 사람이었어요. 가령 그는 매우 자기중심적이며 힘과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주변의 나약한 존재들에게 마음을 주는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었어요. 그런 이중성이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인 김선우(38·사진)씨가 월북 무용가 최승희(1911~69)를 모델로 삼은 장편소설 <나는 춤이다>(실천문학사)를 내놓으며 ‘소설 겸업’을 선언했다. 1996년 등단 이후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등 세 권의 시집과 몇 권의 산문집을 낸 그는 “이번 책을 쓰는 동안 새롭게 쓰고 싶은 소설거리가 몇 개 더 생겼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김선우씨가 소설을 쓰게 된 데에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씨의 격려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2002년께 그가 <한겨레>에 쓴 독서 칼럼을 본 선배 작가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왔고, 그 뒤 직접 만난 자리에서는 ‘소설을 써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던 것.

“3년 전 한 영화제작자의 의뢰를 받아 최승희를 소재로 한 시나리오를 쓰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봄에 구상을 하고 여름에 초고를 쓴 뒤 잠시 틈을 두었다가 퇴고를 했습니다.”

<나는 춤이다>는 무용가 최승희를 주인공으로 삼긴 했지만, 여느 전기소설과는 다르다. 최승희의 굵직굵직한 동선은 그대로 따랐으되, 나머지 세부는 소설적 상상력을 대폭 발휘했다. 최승희와 남편 안막, 스승인 이시이 등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인물들은 작가의 고안이다. 특히 조선의 마지막 기생으로서 평생 최승희를 그림자처럼 좇는 예월이라는 인물을 그리는 데에 작가는 큰 공을 들였다.

“예월과 최승희는 요즘으로 치자면 팬과 스타의 관계와 같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예월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최승희에게 투사하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최승희가 무용가로서 자신의 존재를 세계에 알리게 되기까지 예월로 대표되는 전통 춤의 영향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최승희는 처음에는 예월과 애써 거리를 두려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춤의 뿌리가 예월과 같은 이들에게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게 되죠.”


소설에서 최승희는 춤을 자신의 존재의 근거이자 의미 그 자체로 여기는 예술지상주의자로 그려진다. 그런 면모는 특히 카프 계열 문인인 안막과의 갈등을 낳는다. 예술이 민족과 조국에 복무해야 한다고 믿는 남편을 향해 최승희는 절규한다. “이 몸이 내 조국이야! 내 춤이 내 조국이라구!”(261쪽)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는 아무것도 구원할 수 없어요’(34쪽)라는 그의 신념은 남편을 쫓아 올라간 북한에서 그가 결국은 남편과 함께 숙청될 수밖에 없었음을 암시하는 듯하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최부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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