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웃음으로 통일 이뤄봅시다”
“평양이 싫어 온 것이 아닙니다. 서울이 더 좋기에 남쪽으로 온 겁니다.”
‘웰빙형 탈북자’로 자처하는 탈북동포 림일(38·그래픽 디자이너)씨의 서울 살이는 좌충우돌의 연속이다. 마치 ‘지구에 떨어진 외계인’처럼, 모든 것이 낯설고 기이하기만 하다.
북한 대외무역 부서에서 일하다 쿠웨이트로 파견돼 지내던 지난 97년 3월 서울행을 택한 림씨가 그동안 남녘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엮어 ‘평양으로 다시 갈까?’(도서출판 맑은소리)라는 책을 펴냈다. ‘웃음이 곧 평화’라고 믿기에 그는 자신의 책을 ‘웃음도서’라고 강조한다.
평양에서 직선거리로 200㎞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남녘에 도착하는 순간 그의 이름은 ‘림일’에서 ‘임일’로 바뀌었다. 다달이 날아오는 각종 공과금고지서와 쌓여만 가는 스트레스,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나고, 북에선 보지 못한 ‘아바이 순대.’
이념이나 체제, 사상과 문화, 언어가 다른 곳으로 한순간에 옮겨 온 그가 겪어야만 했던 이런 혼란은 ‘기발한 질문’들을 낳는다. 이를테면 그는 ‘태극기 가운데 왜 펩시콜라 로고가 있는지’, ‘전쟁기념관이 왜 미군기지 안에 있는지’가 궁금했다.
림씨는 “평양 출신 386으로서 전혀 다른 세상인 서울에서 살면서 북쪽 사람 입장에서 다르게 보이는 세상사를 모아서 책으로 낸 것”이라며 “남쪽 젊은이들이 통일에 관심이 많지 않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웃음과 함께 통일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책 판매를 통해 생기는 수익금의 일부를 떼어 적십자를 통해 북녘땅 평양산원에 건강증진기금으로 보내기로 했다. 림씨는 “평양의 어린이도 우리 민족의 어린이고, 이들 역시 통일된 조국의 미래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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