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윤동주시상 수상자인 안도현(맨 왼쪽) 시인이 17일 오후 연변 용정 윤동주 생가 옆 옛 교회 자리에 마련된 명동역사기념관에서 윤동주 문학기행에 참가한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 회원들에게 윤동주 문학의 의미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광복절 기념 윤동주 문학의 밤
연변 용정 생가서 시 낭송회
현지 주민·대학생 함께 참여 “윤동주 시인이 헤던 별을 여러분과 함께 헤고 싶습니다.” 중국 연변대 조선어문학부 4학년 전은주 학생이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을 낭랑한 목소리로 낭송하기 시작했다. 광복 63주년 기념일을 맞아 지난 15일 저녁 연변 용정 윤동주 생가에서 열린 ‘윤동주 문학의 밤’ 행사 자리다.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회장 박영우)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이 단체에서 시상하는 윤동주시상의 올해 제2회 수상자인 안도현 시인과 전년도 수상자인 이재무 시인, 평론가 유성호 교수(한양대 국문과) 등 한국에서 온 40여명의 문인과 독자, 그리고 연변대 김경훈·김호웅 교수와 용정 명동촌 주민 등 100여명이 참가했다. 윤동주의 시를 붓글씨로 써서 생가에서 전시한 ‘갈물한글서회’(회장 박정자) 회원들과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 일본 협의회’ 회원들도 동참했다. 윤동주의 어린 시절을 비추었던 별은 그때나 마찬가지로 초롱초롱 빛났다. 7월 보름을 맞아 한껏 부풀어 오른 달빛 옆에서도 그 빛은 위축되지 않았다. 윤동주가 헤던 별빛이 내리 비추는 생가 마당에서 전은주 학생은 <별 헤는 밤>을 낭송한 다음 “마침 이 자리에 존경하는 안도현 시인이 와 있으니까 그의 시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랑>이라는 시를 읊어 보겠습니다”라며 <사랑>을 암송하기 시작했다.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전은주 학생에 앞서서는 연변대 조문과 대학원 석사과정의 우정옥씨가 윤동주의 시 <십자가>와 <새로운 길>을 낭송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두 학생을 지도한 연변대 조선어문학부 김호웅 교수는 “이곳 명동촌 출신 젊은이 윤동주가 우리 모두를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게 했다”면서 “연변은 요 몇 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연변과 조선족의 상징과도 같은 윤동주라는 불씨가 활활 타오름으로써 새로운 활로를 열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안도현 시인은 “윤동주는 괴로워할 줄 아는 시인이었다”면서 “2008년 8월 한국은 일제의 무단 통치와 군부독재 시절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우리 모두를 괴롭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무 시인은 “윤동주는 내가 시에서나 삶에서나 힘들고 괴로울 때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고향과도 같은 존재”라면서 “불과 서른도 되기 전에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그의 짧은 생애는 지금도 나에게 계속해서 생의 질문을 던져 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호 교수는 윤동주의 모교인 연세대에 재학 중이던 1987년 ‘윤동주문학회’를 창립해 활동하던 시절을 회고하면서 “윤동주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부끄러움의 시선’은 오늘날 특히 지식인 사회에 커다란 의미를 던져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행은 이튿날 백두산을 등정한 뒤 17일 오후 다시 윤동주 생가를 방문하고 무덤을 참배했다. 특히 무덤에서는 안도현 시인이 <서시>를 낭송하고, 이재무 시인과 김향지 시인이 참가자들과 함께 <별 헤는 밤>을 집체 낭송하기도 했다. 일본 쪽 참가자인 다나카 쇼헤이도 윤동주의 <새로운 길>을 일본어로 낭송해 박수를 받았다.
이에 앞서 한국 쪽 참가자들은 14일 저녁 속초에서 러시아령 자루비노 항으로 향하는 국제여객선 선상에서도 ‘윤동주 문학의 밤’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 주최로 연변에서 열리는 제5회 윤동주배 연변장사씨름대회에서 시범 경기를 펼치기 위해 동행한 프로 씨름 선수들이 <서시> 등을 낭송해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연변/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현지 주민·대학생 함께 참여 “윤동주 시인이 헤던 별을 여러분과 함께 헤고 싶습니다.” 중국 연변대 조선어문학부 4학년 전은주 학생이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을 낭랑한 목소리로 낭송하기 시작했다. 광복 63주년 기념일을 맞아 지난 15일 저녁 연변 용정 윤동주 생가에서 열린 ‘윤동주 문학의 밤’ 행사 자리다.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회장 박영우)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이 단체에서 시상하는 윤동주시상의 올해 제2회 수상자인 안도현 시인과 전년도 수상자인 이재무 시인, 평론가 유성호 교수(한양대 국문과) 등 한국에서 온 40여명의 문인과 독자, 그리고 연변대 김경훈·김호웅 교수와 용정 명동촌 주민 등 100여명이 참가했다. 윤동주의 시를 붓글씨로 써서 생가에서 전시한 ‘갈물한글서회’(회장 박정자) 회원들과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 일본 협의회’ 회원들도 동참했다. 윤동주의 어린 시절을 비추었던 별은 그때나 마찬가지로 초롱초롱 빛났다. 7월 보름을 맞아 한껏 부풀어 오른 달빛 옆에서도 그 빛은 위축되지 않았다. 윤동주가 헤던 별빛이 내리 비추는 생가 마당에서 전은주 학생은 <별 헤는 밤>을 낭송한 다음 “마침 이 자리에 존경하는 안도현 시인이 와 있으니까 그의 시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랑>이라는 시를 읊어 보겠습니다”라며 <사랑>을 암송하기 시작했다.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전은주 학생에 앞서서는 연변대 조문과 대학원 석사과정의 우정옥씨가 윤동주의 시 <십자가>와 <새로운 길>을 낭송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윤동주 생가 벽에 걸린 칠판에 재미있는 글귀가 적혀 있다. 고 문익환 목사와 윤동주는 실제로 명동소학교 동창생이었다. 오른쪽 사진은 윤동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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